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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보고 파일 삭제한 산업부 3명에 ‘공문서 손상’ 등 3개 혐의 적용

입력 | 2020-12-03 03:00:00

[윤석열 업무복귀]대전지검, 원전수사 구속영장 청구
윤석열 직무배제후 멈췄던 수사 재개
백운규-채희봉 등도 조사 계획
윤석열 징계위, 수사 진행 변수될수도




“영장청구 시점을 대전지검에 일임하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일 대검찰청의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등으로부터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의혹 수사에 대한 보고를 받은 직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의 직무배제로 멈춰져 있던 원전 수사가 사실상 재개된 것이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원전 폐쇄와 관련한 청와대 보고 문건 등 444개 문서파일을 삭제한 산업통상자원부 A 국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5일 산업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간 후 엿새 뒤 A 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대전지검은 윤 총장이 직무배제 되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중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보고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처음으로 올렸다. 당시 윤 총장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로 처벌하는 감사원법상 감사방해 혐의로만 영장을 청구하지 말고 보완 수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약 일주일 뒤 대전지검은 다시 영장청구를 보고했지만 윤 총장의 갑작스러운 직무배제로 일주일 동안 수사가 중단됐다.

대전지검은 A 국장 등 3명에게 감사원법상 감사방해혐의 외에 형법상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와 건조물침입 혐의 등 총 3개 혐의를 적용했다. 공용전자기록 손상죄는 공무원이 작성한 문서를 위작하는 행위로 징역 10년 이하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검찰은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전날 다른 직원의 컴퓨터가 있는 사무실에 불법 침입한 행위는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건조물침입죄는 징역 3년 이하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 산업부의 조직적 증거인멸은 지난해 12월 일요일 밤에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일 일요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산업부 에너지 담당 국장의 지시를 받은 산업부 과장은 월성 원전 관련 청와대 보고 문건 등 444개를 삭제했다. 감사원 감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산업부는 “감사 대상인 직원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본인 PC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부 과장은 감사원 감사 당시 “신내림을 받은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판단으로 보기 어려운 객관적 증거들이 검찰 수사에서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증거인멸 혐의 등은 영장범죄사실에서는 제외됐다. 자신의 범죄혐의를 숨기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것은 구속 사유에는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감사원이 보낸 7000쪽 분량의 ‘수사 참고자료’와 핵심 인사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에서 범죄 단서를 상당 부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뿐만 아니라 청와대 윗선에 대한 단서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산업부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권에서 “검찰은 선을 넘지 말라”며 여러 차례 검찰 수사에 대한 공개 경고를 하고 있어 대전지검의 원전 수사가 여권의 강한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 등을 법무부가 계속 추진할 경우 원전 수사가 다시 중대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보복조치로 검찰이 수사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수사 그 자체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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