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중국이 4년여 만에 한국 게임에 외자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전격 발급해 그간 국내 게임업계의 발목을 잡은 ‘한한령’이 풀리는 계기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판호 발급이 4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중국 수출길이 열리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3일 컴투스에 따르면 중국은 전날 컴투스의 간판 게임인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 판호를 부여했다.
중국은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국 게임에 외자판호 발급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후로 우리나라 게임들은 중국 진출에 번번이 실패했다.
중국은 세계 게임 시장 중 1위인 만큼 이번 판호 발급을 두고 업계에선 ‘중국 수출길이 열렸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는 신중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27일 방한한 중국의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등을 요구했다. 지난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왕 위원을 만나 코로나19 대응 협력, 정상 등 고위급 교류, 우호정서 증진 등 폭 넓게 의견을 나눈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강 장관은 문화·콘텐츠 사업 활성화를 위한 중국측의 협조를 요청했으며 왕 위원은 더 소통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과 이번 판호 발급의 직접적 연관고리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에 준 ‘선물 보따리’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4년만에 외자판호를 발급 받은 현 상황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 판호 발급을 복합적인 국제 정세와 국내 민관의 공동 노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위 학회장은 “4년 동안 발급 건수 ‘0’에서 ‘1’이 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라며 “이제 문제는 틈새를 더 벌리느냐, 다시 막히느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호 발급을 신호탄으로 신청을 망설였던 중소 게임사들도 희망이 생겼다”며 “다만 신청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시장이 워낙 큰 만큼 일단 서비스가 가능하면 무조건 이득”이라며 “코로나19로 게임이 비대면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은 만큼 중국 진출이 활발해질 경우 더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4년여 만에 첫 케이스라 내부에선 중국 관련 일이 쏟아질 것 같다는 분위기”라며 “사드 이후 첫 사례이지만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일부에서는 중국 당국이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넥슨의 경우 사드 문제 이전에 판호를 발급받았음에도 지난 8월 출시 예정이었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가 미뤄졌다. 이를 두고 넥슨은 미성년자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중국 정부가 과몰입 방지 시스템을 빌미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중국의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편”이라며 “판호 발급 소식은 반가우나 섣불리 낙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정현 학회장 역시 “이번 판호 발급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으나 하나의 판호가 허가 됐다고 한국을 상대로 판호가 줄줄이 허가될 거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한국은 판호의 추가 발급을 위해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은 또 대선정국으로 접어드는 만큼 모든 관심이 국내 정치에 집중될 경우 게임에 대한 관심이 약화될 수 있다”며 “쇠가 달궈졌을 때 두드려야 하는데, 달궈진 쇠가 식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