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앤테크 공동 설립자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한 우구르 사힌(55) 박사와 외즐렘 튀레지(53) 박사. 바이오앤테크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서구에서 정부 당국으로부터 처음 승인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이야기는 30년 전 독일 시골에서 새로운 암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두 명의 젊은 의사의 다짐에서 시작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미국의 협력사 화이자가 2일(현지시간) 영국 당국으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 10개월이 걸렸다. 이는 서구에서 백신 개발 기록을 크게 단축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앤테크를 설립자로 백신 개발을 주도한 터키 이민 2세 부부 우구르 사힌(55)과 외즐렘 튀레지(53)에게 코로나19 백신은 30년 노력의 결과물이다.
스위스 출신의 생물학자로 노벨상은 받은 롤프 칭커나겔는 WSJ에 “우구르와 외즐렘의 성공은 서로를 보완하는 두 사람의 환상적인 결합에서 비롯됐다”며 “그는 혁신적인 과학자이며, 그녀는 뛰어난 경영 감각을 갖춘 놀라운 임상의사”라고 말했다.
사힌 박사는 1965년 터키 남부 이스켄데룬에서 태어났고, 4세 때 부모를 따라 독일 쾰른으로 이민을 갔다. 사힌의 부친은 포드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다. 튀레지 박사의 부친은 비슷한 시기에 독일로 이주해온 외과의사였다. 그는 환자들을 돌보는 수녀들로부터 영감을 받으며 자랐다.
1990년대 홈부르크대학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화학요법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암 환자들이 직면한 상황을 보며 좌절했고, 이것이 mRNA 연구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실험적 치료법에 대학 박사 논문을 작성한 이들은 당시 마인츠에 있는 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의 크리스토프 후버 혈액·종양학과장에게 스카우트됐다. 후버 과장은 현재 바이오엔테크의 비상임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들 커플은 신체 면역체계 프로그래밍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법 연구를 시작했다.
◇ 결혼식 날에도 연구실에서 일해 = 이들이 2002년 어느 날 점심 무렵에 등기소로 가서 결혼한 뒤에는 연구소로 돌아와 실험실 가운을 입고 연구를 재개했다는 일화는 이들이 자신들의 일에 얼마나 매진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부부는 2008년 바이오엔테크를 설립한 뒤 mRNA를 이용한 면역요법으로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 사힌 박사는 올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는 논문을 읽고 화이자와 손잡고 mRNA 기술을 활용한 백신 개발에 나섰다.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mRNA 백신은 단백질을 생성하라는 유전 코드를 세포에게 전달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작용한다.
이런 사힌 박사에게 당시 헬무트 예글레 바이오엔테크 감독이사회 의장은 “연구비가 충분하지 않고, 암연구에 묶여 있다”며 회사 상황을 설명했다.
◇ 14조 매출 전망 = 미국의 대형 제약사 화이자는 파트너가 됐다. 대륙을 넘나들면서 임상실험을 조직하고, 제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며, 이를 미국과 유럽에 보급하는 데엔 협력사가 필요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는 이번 코로나19 백신이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에 130억달러(약 14조3130억원)의 매출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했다.
사힌 박사는 수익금 모두는 재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mRNA 방식 등 신기술을 이용한 암 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꿈을 실현시키겠다는 각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