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대출 옥죄자 ‘우회통로’
시중은행의 1억 원 이상의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지난달 30일 이후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규제 시행 직전 나흘간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9월 한 달간 증가액(2조1121억 원)에 육박하는 약 2조 원이 불었다. 이후 규제가 시행된 뒤에는 제2금융권, 가족과 사내 대출 등의 우회 통로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은행의 신용대출 문이 닫히자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제2금융권을 찾거나 200만∼300만 원 정도를 빌릴 수 있는 시중은행의 소액대출을 여러 개 끌어 모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 영향권 밖의 사내 복지기금이나 노동조합 자금 대출 등에도 대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3500만∼5000만 원 정도의 모자란 자금을 수혈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집값이 급등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사내 조합의 주택자금 대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회사는 대출 수요가 늘어나자 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부부가 대출 규제 한도를 넘지 않게 9990만 원씩 신용대출을 받거나, 미리 대출을 받아놓고 규제가 풀릴 때 집을 구입하려는 ‘대출 당겨 받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모 씨(36)는 신용대출을 1억 원 이상 받아 둘 계획이다. 청약에 도전하다가 안 되면 1년 뒤에 세를 끼고 집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아 1년 내 주택을 구입하면 회수 대상이지만 1년에서 하루만 지나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신용대출의 고삐를 더 조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3일 “오전 6시 신청분부터 직장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고신용자 대상 대출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이날부터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대폭 낮췄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