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수능뒤가 더 걱정
수능 당일 불밝힌 학원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3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학원에선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듯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학원가에서는 본격적인 대입논술시즌이 다가오며 관련 수업에 수강생 신청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고교 3학년 이모 군(18)은 며칠 전 가족들과 때 아닌 실랑이를 벌였다. 수능이 끝나면 곧바로 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하자, 가족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좀 잠잠해지면 가라”고 만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군은 “이때 아니면 수험생 할인 혜택이 사라져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대입 수험생들에게 수능 날은 고통과 기대가 공존하는 순간이다. 시험만 끝나면 고대하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년 내내 괴롭혔던 코로나19가 오히려 더 거세지며 ‘겨울철 대유행’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당국은 ‘포스트 수능’이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난관에 선 시점에 최악의 변수로 작용할까 봐 고민에 빠졌다.
○ 확진자 수백 명씩 나오는데 외부 활동 유혹
특히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쏟아지는 수험생 타깃 프로모션의 유혹이 올해도 여전하다. 경제 사정 악화로 일부 소상공인은 올해 할인을 하지 않지만, 여전히 10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수능’이라고만 쳐도 할인 혜택 홍보글들이 주르륵 올라온다. 대형 복합리조트부터 항공사, 여행사, 영화관, 백화점 등 업종도 전방위적이다. 서울에 사는 재수생 이모 양(19)은 “계획에 없었는데 할인 광고를 접한 뒤로 국내여행이라도 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자중을 당부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나 수험생들의 입장은 알지만, 아직 입시를 마치지도 못한 수험생에게 코로나19 확진만큼 큰 낭패가 어딨겠느냐”며 “업종을 막론하고 집단 감염이 만연한 이 시기엔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고 우려했다.
○ 감염되면 수시 고사 응시자격 박탈
수능이 끝난 뒤 조용히 휴식을 취하길 원해도 그럴 수 없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면접과 논술, 실기시험이 남은 이도 많다. 특히 학원가에서 마련한 ‘직전대비반’ 등은 수험생들로선 코로나19 경고에도 외면하기 어렵다.
재수생 B 양(19)도 수능 직후 “2, 3일만 쉰 뒤 바로 대치동 학원에 다녀야 한다”며 “당장 내일부터 수시 특강을 듣는 친구들도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강모 양(18)은 “한 달 동안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학원에 가긴 가야 할 텐데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겁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이달 내내 대학 수시 시험장엔 엄청난 인파가 몰릴 예정이다. 7, 8일 논술시험을 치르는 연세대는 논술전형 지원자만 2만7137명에 이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달 둘째 주까지 수도권에 전국 수험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응시 연인원만 약 6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대학별 평가가 지역 감염의 온상이 될 위험이 높으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전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