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파리 특파원
프랑스 정부가 추진 중인 ‘포괄적 보안법’이 원인이다. 경찰의 얼굴이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및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면 징역 1년, 벌금 4만5000유로(약 6000만 원)에 처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 주도하에 지난달 24일 하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됐다.
언론과 사회단체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는 물론 공권력 남용을 증폭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난달 21일 경찰 3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흑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안법 반대 시위가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다.
공무 중 겪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찰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0년간 한 해 평균 50명가량이 목숨을 끊는 등 프랑스 경찰의 자살률은 일반인보다 36% 높다. 회사원 루이 씨는 “‘해칠 의도로 사진을 업로드할 경우’라는 처벌의 전제조건이 잘 지켜지면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찬반 여론을 충분히 듣고 법안을 도입했다면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었음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성급함이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중도’를 앞세워 당선됐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 IFOP의 10월 설문조사 결과 당장 대선이 치러질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23∼26%의 지지율을 얻는 반면 프랑스 극우 진영의 리더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지지율이 24∼27%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4월 차기 대선이 1년 반도 안 남은 시점에서 연이은 테러,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이민자 문제 등이 겹치면서 극우 성향이나 포퓰리즘 정치인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우파 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보안법 등 우향우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정책이나 제도에 ‘정치적 목적’이 앞서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분열만 커진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반복돼 왔다. 다행스럽게도, 프랑스는 뒤늦게나마 중재를 선택했다. 하원은 ‘보안법’을 의회에서 수정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번 사태가 정책이나 개혁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사회에 작은 시사점이라도 되길 바란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