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디자이너 ‘스팍스 에디션’
BTS-이적 등 앨범도 작업
“첫 승객 우연히 잘 만난 덕분”

이적과 방탄소년단 등의 앨범 재킷을 제작한 부부 디자이너 어지혜(왼쪽) 장준오 씨는 “대화를 통해 가치관의 접점을 찾아내는 작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열두 곡을 담아 7년 만에 최근 발표한 이적의 여섯 번째 음반 ‘Trace’ 재킷 이미지는 붉은 벽돌담, 오래된 나무둥치, 갈라진 돌 표면에서 가져온 것이다. 꼬마 때 동전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살살 긁어 본을 뜨던 방식으로 만든 흔적을 조합했다. 2일 서울 성북구 작업실에서 만난 부부 디자이너 ‘스팍스 에디션’(어지혜 장준오)은 “‘듣는 이에게 내 음악이 삶의 흔적처럼 남으면 좋겠다’는 이적 씨의 이야기를 새기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음반 패키지 디자인은 그 안에 담긴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상하는 유일무이한 이미지로 영원히 남습니다. 음악과 함께 뮤지션의 이야기를 듣고 이미지를 조각하는 과정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기쁨이에요. 이번 이적 씨 음반에서는 ‘Whale Song’과 ‘나침반’에 특히 공감했습니다.”(어)
각각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조소를 전공한 두 사람이 음반 디자인 작업을 시작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10년 전 작업실이 있던 서울 홍익대 부근 주차장골목을 걷다가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기타와 타악기만 들고 마이크도 앰프도 없이 버스킹을 하던 두 사내의 노래에 흠뻑 반한 것.
10cm 이후 강산에, 장범준, 로꼬,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의 음반과 공연 포스터 이미지 디자인 작업이 줄줄이 이어졌다. 올 2월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맵 오브 더 솔: 7’에서는 각 멤버의 특징을 상징하는 이미지의 서체를 디자인해 재킷에 실었다. 책 표지, 화장품 등 제품 패키지 디자인 작업과 병행해 축적한 각자의 작품을 모은 전시도 꾸준히 열고 있다.
“디자이너의 작업 포트폴리오는 일면 택시의 운행 경로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곳에 한번 가면 그곳의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게 돼 결국 여러 번 같은 곳으로 되돌아오게 돼요. 우연히 첫 승객을 잘 만나서 음악과 연결된 작업을 이어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어)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