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수요자들, 제2금융권 등 우회로 찾기 '분주'
각종 우회로 동원될시 대출 급증세 꺾일지 의문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액이 올 하반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신용대출 월 평균 증가액을 2조원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등을 활용해 신용대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출 수요가 계속되고 있고, 각종 우회로가 동원될 경우 신용대출 급증세가 꺾일 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새 5조원 가량 폭증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11월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925억원으로 전달보다 4조8495억원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고소득자 대상 신용대출 조이기가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될 것이 예고되자 규제 전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새로운 신용대출 규제 내용이 발표된 지난달 15일 이후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에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는 이유를 들며 신용대출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카드를 잇따라 꺼내들었다.
우리은행도 같은날부터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0.30%포인트), 우리 금융인클럽(0.60%포인트), 우리 신세대플러스론(0.50%포인트), 우리 로얄클럽(0.50%포인트) 등이 대상이다.
이처럼 은행권의 신용대출 속도조절로 그 문턱이 높아지자 일부 대출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 사내 대출 등 우회로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일부 사람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개인별로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해 부부 중 돈을 빌리지 않은 사람 명의로 집을 사고, 한 사람 명의로 신용대출을 받아 자금을 충당하는 방법을 쓸 것으로도 보인다. 이밖에도 부모, 형제 등 본인이 아닌 가족의 신용을 빌려 일단 대출을 받고 추후 되갚는 식의 이른바 ‘가족 찬스’ 꼼수도 나타날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대출이 급한 일부 사람들 중심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흐름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전분기 말(27조7646억원) 대비 1조8267억원 불어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