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인근씨.(SK그룹 제공)
지난 3일 유정준 SK E&S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그럴 만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뛰어난 국제적 감각과 협상력,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 더욱 중책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 부회장은 대학 졸업 후 1987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딜로이트앤터치·맥킨지 등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출신만 놓고 봤을 때, SK 계열사 공채 입사자가 아닌 다른 업종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인물이 SK그룹 부회장까지 승진한 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SK그룹 내 ‘비(非)오너’ 부회장은 유 부회장을 제외하면 단 2명인데, 모두 ‘SK그룹 순혈(純血)’로 꼽힌다. 박성욱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대학 졸업 직후 1989년 ㈜선경에 입사했으며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1984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산업에서 첫 경력을 시작하는 등 유 부회장과 다른 길을 걸었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04년 ‘SK 소버린 사태’다. 당시 유 부회장은 중동 에너지 업계 거목들과의 오랜 신뢰 관계를 활용해 KPC를 SK㈜ 우호적 투자자로 유치해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당시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밀렸다면 경영권을 잃을 위기였다.
이 때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이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 부회장은 SK 경영진 중 다보스 포럼에서 최 회장을 가장 많이 수행하는 등 최측근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1998년 LG건설에서 일하던 유 부회장을 직접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의 장남인 최인근씨가 최근 유 부회장이 맡은 SK E&S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것도 이런 최 회장의 신임이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최씨가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가 아닌 SK E&S를 선택한 건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글로벌 협상 전문가인 유 부회장 밑에서 배우며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등 일종의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유 부회장이 앞으로 그룹 내에서 더욱 중책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SK E&S 인사에서 유 부회장은 추형욱 사장과 공동대표를 맡게 됐는데, 추 사장은 SK E&S 내부 경영에 집중하고 유 부회장은 46세인 추 사장에게 경험적인 면에서 도움을 주며 그룹 전반의 에너지 관련 사업과 대외 활동에 전념할 것이란 예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유 부회장에 대해 “업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