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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의중?”…尹징계위 앞둔 여권, 장기전 시나리오 ‘갈팡질팡’

입력 | 2020-12-06 16:57:00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8.26/뉴스1 © News1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도 뭔가 명확한 방향을 정한지 않은 것 같고…. 확실한 건 하루 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6일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당장이라도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 같았던 여권이 갈등 장기화에 따라 혼란에 빠진 형국이다.

대통령정무비서관 출신의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KBS 출연해 윤 총장 징계위원회에 대해 “첫 회의에서 징계 여부, 또 수위가 다 결정될 것이라 보는 것은 섣부른 관측일 수 있다”며 “조사 절차라든지 심문 절차가 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징계위는 10일 예정되어 있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여권에서 장기전 관측이 확산되는 것은 “징계위는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3일 지시 때문이다. 그간 “윤 총장을 무조건 쫓아내야 한다”는 민주당의 기류와 상당한 온도차가 있는 메시지다.

이 때문에 여권 주요 인사들은 “대통령의 진짜 의중이 무엇이냐”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총장을 무조건 쫓아내야 한다는 민주당 기류와 달리 문 대통령은 추 장관과 윤 총장 그 누구의 손도 들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로선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징계위 진행이 문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갈등 국면에서 문 대통령이 내놓은 유일한 공개 메시지가 절차적 공정성인 만큼 ‘징계위 결정→문 대통령 수용→윤 총장 면직 또는 해임→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추 장관 순차 퇴진’이라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당초 시나리오도 흔들리고 있다. 한 친문 의원은 “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징계위에서 윤 총장 해임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추 장관과 윤 총장 중 누가 먼저 자리에서 내려올지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해임 등 중징계 결정이 내려져도 윤 총장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 확실하고, 만약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수용한다면 윤 총장은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검찰총장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권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는 해임이 아닌 정직 등의 징계로 일단 윤 총장의 손발을 묶고, 공수처법 통과를 통해 검찰을 압박하겠다는 방안이 거론된다. 윤 총장이 자진사퇴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판단에 따른 시나리오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문제에 대한 칼날을 들이대는 상황에서, 윤 총장을 자리에서 쫓아내지 못한다면 일단 업무에서 손을 떼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도다. “추 장관이 물러났으니 윤 총장도 이제 그만 하라”는 여론 형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통제 불능 사태로 접어들면서 여권 내에서는 추 장관을 탓하는 목소리도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여당 중진 의원은 “추 장관이 전격적으로 윤 총장 직무 배제 발표를 할 때만 해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줄 알았는데, 이제와 보니 그야말로 ‘부실 기습’이었다”며 “추 장관의 섣부른 행동이 오히려 윤 총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