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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멈추자 서점 북적…PC방·노래방 ‘원정’ 풍선효과까지

입력 | 2020-12-06 18:48:00


13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2020.10.13/뉴스1 © News1

“카페도 못 가고 도서관도 문을 닫아서 갈 곳이 서점밖에 없어요.”

6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형서점.

노원구에 사는 김옥희 씨(61·여)는 주말인 5, 6일 이틀에 걸쳐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곳을 찾아왔다고 한다. 김 씨는 “사람들이 갈 데가 없어서인지 많이 몰려 자리를 잡으려면 오전 일찍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점에서 마련한 3, 4인석 좌석 21곳이 이미 꽉 차서 빈자리가 없었다. 오랫동안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이들도 40명이 넘었다.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5일 0시부터 영화관이나 대형마트, PC방, 독서실 등 일반관리시설도 기존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날씨마저 쌀쌀해진 탓인지 도심은 설 명절이라도 맞은 것처럼 한산했다. 하지만 대형서점처럼 인원 수 제한 지침이 따로 없는 업소들은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서울에 있는 PC방과 노래방이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으며 인근 경기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오후 9시 영업 종료하니 이전에 인파 몰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6일 오후 중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종료되는 탓에 미리 장을 보려고 나선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도 계산대 대부분이 길게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할인 제품을 구입하려고 몸을 밀착한 채 사람들이 붐비는 장면도 있었다. 정모 씨(47)는 “평소 주말엔 좀 한산해지는 오후 9시 이후 장을 봤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어서 미리 나왔다”며 “아무래도 마트 특성 상 거리 두기가 쉽지 않아 불안한 맘이 들긴 한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경 강남구에 있는 또 다른 대형서점도 사정이 엇비슷했다. 벤치와 테이블 등엔 모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컴퓨터 작업을 하기도 했다. 윤모 씨(35·여)는 “오전부터 한 5시간쯤 여기 앉아 있다”며 “양심에 걸리긴 하는데, 카페가 문을 닫아 어디 갈 곳이 없다보니 서점을 택했다”고 털어놨다.

주요 대형서점들은 곳곳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자 대응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교보문고는 7일부터 서점 내부에 있는 테이블은 물론 바깥에 있는 벤치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거리두기 지침을 안내해왔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강제적으로 응대할 수도 없어서 아예 공간을 없애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9시 이후 영업하는 PC방 찾아 서울 밖으로
6일 오전 11시경 서울 영등포구의 CGV 영화관도 평소와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주말인데도 표를 끊으려는 모습은 아예 사라졌다. 약 30분 동안 현장발권기로 티켓을 끊는 이들은 고작 7명뿐이었다. CGV 관계자는 “전체 좌석의 절반만 이용할 수 있는데다 오후 9시 이후엔 운영이 제한돼 발길이 더 줄어들었다”며 “5, 6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4000여 명이 예매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서울에 있는 PC방과 노래방 등은 5일부터 오후 9시엔 영업을 중단하자 경기나 인천 지역으로 찾아가는 이들도 생겨났다.

대학원생 A 씨(27)는 5일 대중교통으로 1시간가량 걸리는 경기 안산의 한 PC방를 찾아갔다. A 씨는 “안산에 사는 친구가 ‘여기는 원래대로 PC방 이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줬다”며 “5일 오후 7시부터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가 친구 집에서 자고 서울로 돌아왔다”고 했다. A 씨에 따르면 5일 오후 9시경 자신이 머물던 PC방은 빈 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붐볐다고 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방역지침을 피한 풍선효과는 방역을 ‘밑 빠진 독’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현 시점에선 국민 스스로 ‘3단계’에 준하는 거리두기를 일상에서 실천하면서 경각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신지환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