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전자기파로 치석 제거 칫솔 개발…‘한국판 다이슨’ 노리는 스타트업

입력 | 2020-12-07 03:00:00

[영남 파워기업]〈127〉프록시헬스케어



치태와 치석을 쉽게 제거하는 전자기파 발생 칫솔로 세계 특허를 보유한 ㈜프록시헬스케어 김영욱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칫솔을 설명하고 있다.


‘의대 입학-자퇴, 공대 입학-박사 학위 취득, 대기업 입사-퇴사, 창업.’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 있는 ㈜프록시헬스케어 김영욱 대표(43)의 이력이다. 전자기파로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는 칫솔을 개발해 세계특허를 보유한 회사다. 김 대표는 자신의 이력에 대해 “청개구리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김 대표는 1998년 울산대 의대에 입학했다. 그는 “공학을 하고 싶었는데 외환위기로 전문직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등 떠밀리듯 의대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본과 1학년이던 2000년 6월 발생한 의약분업 사태가 김 대표 인생에 중대 전환점이 됐다.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전공의들이 진료 거부를 할 때 김 대표도 한 달가량 시위에 참여했다.

전자기파로 치태와 치석을 쉽게 제거하는 칫솔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프록시헬스케어 김영욱 대표(오른쪽)가 직원들과 함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프록시헬스케어 제공

휴강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자 김 대표는 “공학도의 꿈을 이뤄보자”는 생각으로 대학 재입학을 위해 수능시험을 준비했다. 4개월 남짓 공부해 2001년 3월 서울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미국 메릴랜드대로 유학을 가 아시아계 학생 최초로 바이오필름(치태) 연구소에 들어갔다. 박사 학위 논문인 ‘바이오필름 센서의 치료에 관한 바이오칩 연구’는 201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14년 5월 삼성전기에 입사한 뒤 생산공정을 담당하다 구조조정으로 부서가 없어지자 2017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업체인 씨젠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에서 김 대표는 인공지능(AI)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바이러스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장비를 개발해 회사로부터 많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씨젠에 사표를 내고 두 달 뒤인 9월 프록시헬스케어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박사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칫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와 씨젠에 다니면서 익힌 공정 관리와 의료기기 개발 경험이 지난해 12월 전자기파로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는 ‘프록시칫솔’을 상품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 칫솔은 스위치를 켜면 칫솔모 아랫부분에 부착된 금속판으로 프록시 웨이브라는 전자기파가 발생한다. 칫솔질을 하면 전자기파가 칫솔 사방으로 1cm가량 퍼지면서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는 것. 김 대표가 박사 학위 논문을 통해 입증한 전자기파의 치태 제거 효과를 칫솔로 상품화한 것이다. 이 칫솔은 올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등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전동 칫솔은 진동이 너무 강해 치주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사용을 꺼린다. 프록시칫솔은 진동을 느낄 수 없는 전자기파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칫솔모가 직접 닿지 않는 곳의 치태도 제거되고 잇몸 질환이 개선되며 구취가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양치질에 대한 특별한 교육이 필요 없고 양치질을 3분 동안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대기업은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효과가 입증되자 칫솔 5000개를 단체 주문하기도 했다.

프록시헬스케어는 현재 건전지 교체형으로 된 칫솔을 충전식으로도 개발하고 전자기파를 이용한 미백 칫솔, 어린이용 칫솔 등도 개발하고 있다. 창업 1년이 되는 올해 말 매출 목표는 6억 원. 현재 미국과 유럽과 수출 계약이 성사돼 내년 매출 목표는 국내 30억∼40억 원, 수출 60억∼70억 원 등 총 100억 원이다.

김 대표는 “영국 다이슨이 ‘에어서큘레이션’ 기술로 청소기와 선풍기 등 혁신적인 생활용품을 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했듯이 프록시헬스케어도 끊임없는 생활용품 혁신으로 ‘한국판 다이슨’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