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사]檢, 산업부 원전자료 3600여건 확보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지난달 5일 압수수색한 정부세종청사의 산업통산자원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 입구. 세종=뉴시스
감사방해 및 공용 전자기록 손상 등의 혐의로 4일 구속 수감된 산업통상자원부 문모 국장과 김모 서기관 측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검찰 측과 삭제된 문건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였다. 문 국장 등은 “검찰이 충분한 물증을 확보했기 때문에 산업부 공무원들을 구속 수사하는 건 가혹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검찰은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에 관여하지 않았던 산업부 A 사무관의 컴퓨터에서 관련 자료가 3600여 건 발견됐다”며 자료 삭제뿐만 아니라 은닉 여부까지 수사해야 한다고 맞섰다.
○ 檢, 3600여 건 내부 자료 은닉 경위 수사
검찰은 지난달 5일 산업부 압수수색 당시 A 사무관의 컴퓨터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된 내부 자료 3600여 건을 발견했다. 내부 자료 중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꾸려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 태스크포스(TF)팀의 회의 자료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감사원 감사에서 산업부 TF팀은 월성 1호기의 이용률 등 경제성 평가 수치 등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고, 회의 내용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건을 보관하고 있던 A 사무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A 사무관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가동 중단을 결정한 이후부터 원전산업정책과에서 근무했다. 검찰은 산업부 관계자들이 감사 대상이 아닌 A 사무관의 컴퓨터에 보고 자료 사본을 옮기는 방식으로 내부 자료를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2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관여한 정모 전 원전산업정책과장, 김 서기관, 홍모 서기관의 업무용 컴퓨터 등을 제출받아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했다.
검찰은 원전산업정책관을 지낸 문 국장이 지난해 11월 27일과 12월 2일 감사원 감사 진행 과정에서 김 서기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인하고 문 국장과 김 서기관을 상대로 당시 통화 내용을 추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26일 처음으로 산업부에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2일엔 산업부를 방문해 원전산업정책과 소속이었던 공무원들의 업무용 컴퓨터를 제출받았다.
○ 자료 확보 놓고 靑-檢 재충돌 가능성
법원이 4일 산업부 공무원 3명 중 핵심 관계자 2명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 착수의 정당성을 확보한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가동 중단을 지시한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등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설 경우 청와대의 반발이 예상된다. 올 1월 서울중앙지검이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 측의 반발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시점이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보다 긴장감이 더 커질 수 있다.
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