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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미군 해외배치때 화웨이 사용여부 고려”

입력 | 2020-12-07 03:00:00

법에 명시 추진… 한국 부담 커질듯
美, 미군파견 연계 ‘국방수권법’ 파장





미국 의회가 앞으로 해외에 미군 병력이나 주요 군사장비를 배치할 때 주둔 국가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사용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화웨이 장비 퇴출을 요구받아 온 한국으로선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상·하원은 최근 합동으로 마련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 법안은 조만간 의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앞으로 대대급 이상 부대 또는 주요 군사장비를 해외에 장기간 배치할 때 해당국의 5G 네트워크가 미군 병력이나 장비, 작전에 끼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 법안은 ‘위험을 줄 수 있는’ 업체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의 통신장비업체를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공산당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한국 등 동맹국에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의 기술을 사용하지 말라고 강하게 압박해왔다. 한국에서는 LG유플러스가 기지국 등에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도 화웨이나 틱톡 등 중국 기업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갖고 있는 만큼 미국의 이런 방침은 차기 행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 장비쓰는 한국기업 압박감 커져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 사이에서 한국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 의회가 해외에 미군과 장비를 배치할 때 해당국의 화웨이 기술 사용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킴에 따라 화웨이 문제는 경제·외교를 넘어 국방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안보(미국)와 경제(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화웨이 여파 국방분야로 확대

최근 미 의회가 마련한 국방수권법안(NDAA)에 따르면 미국은 앞으로 미군 배치 여부를 결정할 때 해당국이 중국 업체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사용하는지를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삼을 예정이다. 법안은 중국 기업의 장비를 사용할 때 생기는 위험을 완화시키기 위해 해당국이나 미국 정부가 어떤 대책을 도입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나라가 미군 주둔을 원한다면 별도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국방수권법안은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만간 의회를 통과하고 차기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배제를 강하게 요구해온 미국은 최근 들어 압박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5G 네트워크에서 중국 회사들을 배제하자는 미국의 구상인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할 것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주문해왔다. 국내 이동통신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가 5G 이동통신과 4G인 롱텀에볼루션(LTE)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10월에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미국 측은 “한국이 자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클린 네트워크에 합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이달 초 화상 대담에서 “중국의 악의적 행동을 수용하지 않기 위해 한미일 3국이 단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반면 지난달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한국이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정보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은 미국과의 안보 관계와 중국과의 무역 파트너십 사이에 끼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화웨이 장비 교체하려면 수조 원

한국으로서는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다 현실적으로 당장 화웨이 장비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화웨이의 5G 장비는 LG유플러스 전체 5G 장비의 30%에 이르는 데다, 5G 장비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이미 구축된 LTE 장비까지 동시에 교체해야 해 이 비용이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화웨이와 계약을 파기하면 더 가격이 비싼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일단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검사를 강화했고 검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웨이가 내년 상반기(1∼6월)에 항복 선언을 하고, 미국이 다시 화웨이 장비를 인정해주면 화웨이 이슈는 자연스럽게 소멸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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