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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끊기’의 어려움[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

입력 | 2020-12-07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68년 전, 단 5일 만에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런던 스모그 사건이 벌어졌다. 1952년 12월 5∼9일 과도한 석탄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황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축적돼 생긴 환경 대재앙이었다. 런던 스모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만 8000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보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대재앙은 강한 대기 정체라는 자연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1200년대부터 널리 사용된 석탄이 주범이다. 석탄은 1700년대 산업혁명을 세계로 퍼뜨린 일등 공신이었지만 대기오염이라는 커다란 부작용을 초래했다. 석탄이 일으키는 대기오염 문제는 이미 런던 스모그 이전에도 1300년대 초반부터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아직까지 석탄 연소에 의한 미세먼지 및 지구온난화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인류가 석탄을 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할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 환경 전문기자인 소미니 셍굽타 기자는 2018년 11월 우리 인류가 왜 이렇게 석탄을 끊는 게 어려운지를 다룬 탐사보도를 했다. 표면적으로 석탄 사용은 인도와 중국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셍굽타 기자의 분석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임을 보여준다.

아직도 석탄이 세계 전력 생산의 36.7%를 차지하는 이면에는 우리나라처럼 석탄 발전 기술을 인도, 베트남 등으로 수출하는 선진국들이 있다. 또한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발전 시스템임을 인정한 선진 금융 시스템 자본의 끊임없는 투자 역시 세계 석탄 산업을 견고히 지탱하고 있다.

금융 시스템에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는 올 1월 29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오피니언 기사에 나온다. 이 칼럼을 쓴 데비 록우드 기자는 하버드대 재학 당시 드루 파우스트 총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원화 기준 44조 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 회사를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다. 파우스트 총장은 “학생들은 투자를 이해하지 못해요”라며 말을 끊어 버렸다고 한다. 그 이후 화석 연료 투자 포트폴리오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하버드대는 2019년 5월 기준 기부금 44조 원 중 4400억 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으며 그중 약 62억 원을 석탄을 비롯한 화석 연료회사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눈앞의 금전적 이익보다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는 대의를 위해 유력 기관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례로 올해 5월 연금 139조 원을 운영 중인 캘리포니아대는 1조1000억 원에 이르는 화석연료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액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여러 나라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했다. 우리뿐 아니라 일본도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내세웠고,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국조차도 206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30, 40년 후는 너무나 먼 미래다. 하루하루 기술이 진보하는 상황에서 수십 년 후를 예측해 당장의 계획에 반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탄소 중립은 어느 정도 피상적인 선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선언의 성공 가능성은 현재 진행 중인 정책의 방향성에서 가늠할 수 있다. 정부의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조차 2030년 석탄 화력 비중 예상치는 36.1%로 다른 전력 생산 방식에 비해 압도적이다. 탄소 중립 선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국가환경회의가 제안한 전기요금에 환경 비용을 반영하자는 제의를 정부가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석탄 발전을 줄이는 과정에서 원전의 보완적 활용 건의를 심각히 받아들이길 바란다. 최근 출판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끊임없이 자신들의 다음 선거에만 연연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학자로서 환경 위기에 대한 우리 정치권의 모습이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목도했던 미국이 아니기를 바란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