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초등부 단거리 기록 새로 쓴 최명진
“전광판을 보고 ‘진짜?’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말해줘서 실감이 났어요(웃음).”
10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는 초등학생 최명진(12·이리초 6학년)이 자신의 이름을 육상 관계자들에게 각인시킨 대회다.
10월 19일 초등부 남자 100m 결선에 나선 최명진은 11초67을 끊으며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1993년 당시 ‘국민학생’ 김용태가 세운 11초71의 초등부 기록이 27년 만에 깨졌기 때문이다. 최명진은 이튿날 200m(23초71)에서도 2016년 서민준이 세운 23초80의 초등부 최고기록을 4년 만에 0.09초 앞당겼다.
최명진(이리초6)이 10월 20일 경북 예천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 남자 초등부 100m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하고 있다. 11초67을 기록하며 27년 만에 초등부 최고기록을 새로 쓴 최명진은 1주일 뒤 11초62를 끊으며 자신의 기록을 넘어섰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초등학생이지만 근육질의 다부진 몸에 탄력이 좋은 최명진은 육상계에서 ‘초미네이터’(초등학생+터미네이터의 합성어), ‘초딩 헐크’라고 불린다. 이리초교 2학년 때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박세근 이리동중 육상부 코치의 눈에 띄어 육상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박 코치의 부인은 이향은 이리초 육상부 코치. 최명진은 부부의 세심한 관리를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최명진의 기록 달성에는 박 코치의 ‘트릭’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과거보다 훈련시간이 크게 줄자 300m 질주 위주의 훈련을 했는데 박 코치는 최명진이 가장 빠르게 달렸던 중간 100m 구간의 기록만 잰 뒤(당시 11초8) “초등학생 기록을 깨겠다”며 칭찬 세례를 해줬다고 한다. 최명진은 “칭찬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았고 훈련이 짧아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리고 기록 경신이 현실이 됐다”며 웃었다.
초등부에서는 최고가 됐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지금 같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최명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자만하지 않고 겸손해야 더 빛나는 선수가 된다고 주변 분들이 말씀해주신다.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이 돼서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부별 최고 기록을 써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명진의 롤모델은 ‘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34·자메이카). 레이스 중반부터 압도적인 스피드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나오는 볼트의 모습을 닮고 싶어서다. 최명진의 키는 현재 166cm로 또래보다 작지는 않지만 볼트의 키(195cm)도 닮고 싶은 게 최명진의 꿈이다.
최명진은…
▽생년월일: 2008년 6월 12일
▽학교: 이리초등학교 6학년
▽키, 몸무게: 166cm, 60kg
▽주종목(최고 기록): 100m(11초62), 200m(23초65·이상 초등부 최고기록)
▽육상 입문: 2016년
▽주요 성적: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남자 초등부 100m, 200m 우승, 전국 초중고교 육상대회 남자 초등부 100m, 200m 우승(이상 2020년)
▽롤모델: 우사인 볼트
▽목표: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 되기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