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쉽고 더 편리한 인증서 만들자” 얼굴-패턴-지문 인증수단 쏟아져 KB모바일인증서 앞서 나가지만 은행별 인증서, 호환성에 약점 금융결제원 주도 ‘금융인증서’ 주목 ‘패스 인증서’ 등 핀테크도 가세
10일부터 복잡하고 번거롭던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1999년 정부가 도입한 공인인증서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은행과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회사들은 얼굴, 패턴, 지문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인증수단을 쏟아내며 ‘공인인증서 없는 시대’의 경쟁을 시작했다. 더 쉽고 편리하며 안전한 ‘국민인증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기존 공인인증서는 유효기간까지 사용
10일 시행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없앴다. 현재는 금융거래 및 공공기관 업무를 처리할 때 공인인증서를 써야 한다. 10일부터는 민간이 내놓은 다양한 사설인증서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기존 공인인증서를 계속 쓸 수 있다. 공인인증서는 ‘공동인증서’로 이름이 바뀐다.
다른 금융그룹도 맹추격 중이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얼굴인증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은행도 자체 인증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인인증서가 없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고객도 동의, 가입 등 별도 절차 없이 간편 로그인(패턴, 간편 비밀번호, 얼굴, 지문) 수단만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 사설인증서는 사용범위에 제한
공인인증서에 비해 쉽고 편리하지만 은행마다 따로 설치해야 해 번거롭고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은행 자체 인증서의 한계로 지적된다. KB모바일 인증서는 KB금융 계열사에서는 활용할 수 있지만 다른 은행에서는 쓸 수 없다. 다른 은행들의 사설인증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금융결제원이 주도하는 ‘금융인증서비스(금융인증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인증서는 은행권 자체 인증서와 달리 하나로 여러 은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향후 홈택스, 정부24 등에서도 순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자체 인증서를 개발하지 않고 금융결제원 기반의 인증서를 도입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의 사설 인증서들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이들 인증서에 문을 열어주는 금융회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이동통신 3사가 추진하는 ‘패스(Pass) 인증서’를 통해 NH올원뱅크에 로그인할 수 있게 허용했다. 핀테크회사인 토스가 내놓은 ‘토스인증서’도 수협은행·SC제일은행·삼성화재·하나손해보험·KB생명 등에서 쓰인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