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英 왕실, 다이애나빈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에 발끈

입력 | 2020-12-08 03:00:00

엘리자베스 2세 생애 다룬 시리즈, 시즌4부터 다이애나빈 등장
英왕실 “허구란걸 매회 알려야”
넷플릭스 “그럴 계획 없어”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속 찰스 왕세자(배우 조시 오코너)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배우 에마 코린). 특히 코린이 고개를 기울인 채 수줍게 웃는 다이애나빈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찬사가 쏟아지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시청자가 왕실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 픽션(허구)임을 고지하라.”(영국 왕실)

“왕실의 요구를 받아들일 계획은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넷플릭스)

영국 왕실과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영국 왕실을 다룬 드라마 ‘더 크라운’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전 세계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다이애나 왕세자빈을 다룬 부분에 대해 영국 왕실과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7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더 크라운’을 ‘드라마’로 선보였고 시청자 역시 역사적 사건에 기초한 허구의 작품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굳이 매회 허구와 관련된 고지를 할 계획도,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발표한 이유는 영국 정부 때문이다. 앞서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장관은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더 크라운’을 지목하며 “당시를 살지 않은 젊은 세대가 사실과 허구를 혼동할 수 있다. 드라마 매회 앞부분에 픽션임을 분명히 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픽션 고지 요청 서한을 넷플릭스에 보냈다.

영국 왕실도 나섰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남동생인 찰스 스펜서도 “드라마 도입부에 ‘일부 실제 사건을 기반에 두고 있지만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란 점을 알리면 좋겠다”고 밝혔다. 찰스 왕세자는 아예 드라마 시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더 크라운’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로 2016년부터 제작·방영돼 최근 시즌4가 나왔다. 왕실 내 각종 권력 다툼, 사랑과 음모, 뒷이야기를 다뤄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시즌4에서는 1997년 8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찰스 왕세자의 결혼 생활과 갈등을 다루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찰스 왕세자의 불륜을 폭로했던 1995년 11월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BBC 인터뷰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BBC 마틴 바시르 기자가 다이애나빈의 남동생인 스펜서를 속여 다이애나빈과의 인터뷰를 주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스펜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바시르가 나와 다이애나를 거짓말과 위조된 은행 입출금 내역서로 속였다”고 주장했다. CNN은 최근 BBC가 이 문제에 대한 취재에 착수했다고 7일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