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수 경제부 차장
더 우려스러운 건 전세난이 월세난으로 번져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전국과 서울 주택 월세는 각각 0.18% 올랐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7월 이후 최대 상승세다. 웬만한 회사원 한 달 치 월급을 줘야 하는 고가 월세가 서울 강남뿐 아니라 강북과 지방 광역시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충북 청주, 경북 포항 등 지방 중소도시도 월세 100만 원 시대를 열었다니 세입자들 허리가 휠 지경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시장으로 몰리면서 월세 가격이 치솟은 결과다. 여기에다 집주인들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거나 기존 월세를 급격히 올린 영향도 크다. 지난달 주택분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든 집주인은 66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8% 늘었다. 납부세액(1조8148억 원)은 43% 급증했다. 집주인들은 갑절로 뛴 세금을 내려면 월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징벌적 수준의 증세정책을 도입할 때부터 예견됐던 ‘시장의 역습’이다. 집 가진 사람을 겨냥한 세금폭탄이 주거 약자인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이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월세를 올려 세금을 충당하는 집주인의 대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부동산 문제를 풀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변창흠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변 후보자가 평소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 “재개발·재건축은 사실상 공익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등 시장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임대차 의무 기간을 6년(3+3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변 후보자가 장관이 되고서도 이런 생각을 고집한다면 현 정부의 2기 부동산정책도 시장의 역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한다. 과잉규제와 세금폭탄과 같은 오기의 부동산 정치로 시장을 이기려다가 서민들이 눈물 흘리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