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왼쪽)에게 삼정검 수치를 달아주고 있다. 동아일보DB
신규진 정치부 기자
정부가 3일 중장 이하 군 장성 인사를 발표하기 직전, 한 군 관계자가 기자에게 말했다. 매년 두 차례 주요 장성 인사 철만 되면 갖가지 하마평이 나돌고 군 안팎이 술렁인다.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정부의 ‘군심(軍心) 다잡기’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
이번 인사는 유독 어느 때보다 설왕설래가 많았다. 무엇보다 사상 최초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취임한 뒤 치러진 첫 대규모 인사였기 때문이다. 인사 직전까지 비(非)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대거 발탁될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남 총장은 9월 취임사에서 “본질은 출신 지역 학교 등이 중요하지 않은 육군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향후 인사에서 대규모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3일 인사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군 관계자들은 이번 장성 인사가 육사와 비육사 출신의 비율 측면에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음을 강조했다. 한 육사 출신 장성은 “현 정부에서 남 총장을 임명한 건 ‘기득권 타파’ 군 인사 기조를 더욱 강화하라는 메시지였다”며 “육사 출신 사이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이 정도면 선방’이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파격은 없었지만 막후에선 인사 직전까지 여러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 인사는 통상 각 군 진급선발위원회 심의를 통해 후보군을 선발한 뒤 총장의 추천을 받아 국방부 장관이 제청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육사와 비육사 비율을 두고 내부에서 이견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 통상 10월에 있었던 하반기 인사가 이달로 한 달 넘게 늦춰진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였다. 한 군 관계자는 “중장 6명 중 육사와 비육사 비율을 3 대 3으로 할지, 4 대 2로 할지 등에 대해 여러 이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 정부의 ‘육사 배제’ 기조를 고려하면, 이번 인사 결과는 사실상 ‘속도 조절’인 것으로 보인다. 비육사의 대거 등용이란 급진적 변화에 대한 육사 출신들의 반발을 고려해 정부가 점진적인 변화를 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남 총장이 육군 개혁의 속도를 내려고 했다가 오히려 ‘속도 조절’을 당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사실 이번 인사에서 비육사 비율보다 말들이 많이 나온 ‘파격’은 다른 곳에 있었다. 작전통인 황대일 1군단장(육사 43기)이 군수사령관으로 이동했고 남 총장이 3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 연대장이었던 강인규 지상군작전사령부 화력처장(육사 47기)은 육군 인사를 총괄하는 요직인 인사참모부장에 내정됐다. 이 외에도 군수참모부장 등 육군본부의 여러 보직을 ‘비전문가’가 맡게 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장군이 아무리 주특기와 무관하다지만 전문 분야와 상관없는 ‘실험적’ 보직 인사로 군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증된 사람을 중용한다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게 인사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남 총장의 첫 인사 실험을 두고 설왕설래를 이어가지만, 효과가 있을지 실패로 끝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작전통이 인사나 군수에서 빛을 발할지 누구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을 것이다. 향후 장성급 인사에서 반복될 이 같은 실험이 ‘군심’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 하는 이유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