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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휴원’ 돌봄 사각지대 어쩌나[현장에서/최예나]

입력 | 2020-12-08 03:00:00


올해 3월 휴원 중인 한 학원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방역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6일 오후 5시, 속보 알림에 휴대전화를 열어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방역당국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높인다고 발표하면서 “대학입시와 직업능력개발훈련 과정을 제외한 모든 학원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이를 어린이집 대신 학원에 보내는 나에겐 청천벽력이었다.

수도권 2.5단계 격상 소식은 이미 오후 3시에 나왔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거리 두기 기준에 따르면 2.5단계에서도 학원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불과 2시간 만에 학원 문을 닫는다고 발표하다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었다.

물론 이런 시국에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출근하는 엄마이고, 출근을 위해 친정 엄마를 동원하는 딸이다. 노모에게는 아이가 하원한 오후부터 내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보는 것과 아침부터 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원이 잦아지면서 엄마는 크게 아프기도 했다.

그나마 나는 엄마가 아이를 봐줄 수 있으니 운이 좋은 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부모들은 더 많았다. 가뜩이나 등교일수도 줄어든 와중에 8, 9일 돌봄교실 파업이 예고된 터였다. 돌봄 사각지대를 메워주던 학원이 3주나 문을 닫는다니 어린 자녀를 둔 이들은 ‘멘붕’이었다. 돌봄교실 파업이 7일 저녁에 유예되긴 했지만, 이미 하루 사이 학부모들의 속은 시커멓게 탔다. 간신히 친척을 동원해 아이를 맡기기로 했던 한 엄마는 언제 다시 파업을 할지 모르니 더 불안하다고 했다. 손 빌릴 사람이 없는 한 엄마는 전자레인지용 냉동식품을 잔뜩 샀다고 했다.

유아나 초등학생에게 학원은 공부보다 돌봄 목적인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가 혼자 집에 남겨져 굶기보다는 그나마 방역수칙을 지키는 학원에서 어른들의 보호 아래 급식을 먹는 게 더 안전하기에 보내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이번 조치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영화관, PC방 등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하게 해주고, 특정인만 이용하는 학원은 문을 닫게 한 점이다. 학생들의 활동 반경은 집과 학교 학원으로 좁은 편이다. 또 학원은 수강생 명단과 출결을 관리하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도 역학조사가 빠른 편이다.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한 유아나 아동 대상 학원은 문을 닫고, 활동 반경이나 감염력이 상대적으로 넓고 강한 청장년층 대상의 취업 학원은 열어준 것도 의아하다.

물론 상황이 엄중하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학교도 학원도 못 가는데 부모는 일하고 돌봐줄 이가 하나도 없는 아이는 8일부터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리 두기 격상에 한발 늦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가 격상 과정에서도 학생과 학부모를 챙기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