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퀘이크’ 젊은 리더쉽, 변화 이끈다] <5·끝> 클로이 스워브릭 뉴질랜드 녹색당 의원
클로이 스워브릭 뉴질랜드 녹색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수도 웰링턴 의회에서 ‘기후변화 비상사태, 당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스워브릭 페이스북
2019년 11월 의회에서 탄소배출량 감축 관련 연설을 하던 자신에게 야유를 보낸 남성 기성 정치인을 향해 “오케이, 부머(됐네요, 꼰대)”라고 받아쳐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클로이 스워브릭 뉴질랜드 녹색당 의원(26)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톡톡 튀는 발언을 이어갔다.
2017년 23세로 비례대표 의원이 된 그는 올해 10월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에는 고향 오클랜드의 센트럴 지역구에 출마해 집권 노동당, 제1야당 국민당 후보를 모두 꺾는 저력을 과시했다. 1990년 설립된 녹색당이 배출한 두 번째 지역구 의원이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의정 활동 초반 젊다고 무시당하거나 기성 정치인의 오만함과 잘난 척을 견디는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난관에 부닥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국민에 의해 선출됐다”는 당찬 답을 내놨다.
세계 각국에서 유스퀘이크 열풍이 거센 이유에 대해서는 “빈부격차 심화, 계층이동 약화 등으로 많은 이들이 (기성) 정치인의 약속을 믿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기후변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치인의 득세 등 세계 공통의 과제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며, 역사적으로 거대한 변화는 불평등이 심한 시기에 발생했던 만큼 현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소수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사회 전체에 더 큰 혐오와 상처만 남기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관대함, 공감, 통합 등 인류의 진짜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스워브릭 의원은 “세금 등 경제 개혁, 마약법 개정, 동물복지, 디지털 경제, 교육, 소상공인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분야를 맡아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두고 시민 전체가 공평한 접근성과 권리를 보유하는 체제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정치 성향이 다른 부친이라고 했다. 은행원 출신인 그의 부친은 중도우파 국민당 지지자로 녹색당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는 늘 ‘관점과 시각의 차이를 인정하면 문제로 보이는 것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며 아버지와 지지 정당이 다른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994년생 동갑내기인 조던 스틸존 호주 녹색당 상원의원, 매리 블랙 영국 스코틀랜드독립당(SNP) 의원 등 젊은 정치인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뇌성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스틸존 의원은 2017년 호주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불과 21세이던 2015년 의원 임기를 시작한 블랙 의원 역시 스워브릭 못지않은 유스퀘이크 열풍의 기수로 꼽힌다.
한국 젊은층에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좋아하고 믿을 수 있으며 당신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을 찾아 지지하라”며 이것이 사회 변화를 가능케 하는 풀뿌리 정치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당신 혼자 우주 한가운데 서 있지 않다. 누구도 혼자 중대한 변화를 만들 수 없다”며 “역사책에 등장하는 영웅도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과 같이 변화를 일으켰음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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