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력 강화 태평양억지구상 신설… 과거 러시아 견제구상서 명칭 따와 中해군 대응 잠수함 예산 등 포함 한미 방위비협상에 영향 미칠수도
미국 의회가 2021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 법안에 ‘태평양억지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 항목을 신설하고 22억 달러(약 2조3800억 원)를 배정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국방예산을 신설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이후에도 대중 강경정책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6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상하원이 내놓은 NDAA 법안 중 인도태평양 관련 부분에 태평양억지구상 항목이 추가됐다. 국방장관이 역내 미군 주둔 병력의 현대화 및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이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2021년 2월 15일까지 의회에 제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억지력, 국방력,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역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를 확신시키기 위해 우선시되는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대중 강경책을 바이든 행정부에만 맡겨놓지 않고 의회 또한 더 많은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를 분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국장은 WP에 “(대중 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에 (더욱) 전진하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5월 제임스 인호프 민주당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과 잭 리드 민주당 간사는 ‘태평양억지구상: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힘을 통한 평화’라는 군사전문지 기고문에서 이 구상을 밝히면서 “중국 공산당에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며 중국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중국이 군 현대화를 통해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며 압도적인 군사력 구축을 통해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에는 국방부가 역내의 초음속 및 탄도 미사일, 장거리 미사일 타격에 대한 방어 및 군사 인프라 강화 방안 등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라고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버지니아급 공격용 잠수함 2척 건조를 위한 예산도 포함됐다. 특히 당초 해군은 1척용 예산만 요청했는데 의회가 2척용으로 늘려 편성했다. 중국의 강력한 해군력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의회는 이 법안에 태평양억지구상과 관련한 예산 집행의 세부 내용까지 명시하지는 않았다. 추가 예산 배정 가능성을 열어놓고 1년 치 예산으로 일단 22억 달러를 배정한 것이어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세부 내용을 채워 넣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원 표결은 이번 주 초, 상원의 최종 표결은 그 이후에 이뤄질 예정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의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않고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의회가 초당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방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그 핵심 중 하나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운용은 미국에도 필수적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