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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m 감아차기 벼락결승골… 손흥민 “오늘은 겸손할 수 없네요”

입력 | 2020-12-08 03:00:00

손흥민, 아스널전 1골 1도움
2-0 승 이끌어… 토트넘 선두 복귀
리그 10호… 5시즌 연속 10골이상
“골장면 구단 영상에 평생 나왔으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이 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안방경기에서 전반 13분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손으로 카메라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손흥민이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토트넘은 2-0으로 승리하며 EPL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런던=AP 뉴시스

“오늘은 겸손할 수가 없네요. 제가 운이 좋았던 골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아니라고 할 거예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대표적 라이벌인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에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린 손흥민(28·토트넘)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평소 수훈 선수로 꼽혀도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 온 그이지만 이날은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단 인터뷰에서 그는 “경기를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우리 팀의 과거 아스널전 영상에 내 골이 없었다. 오늘 내가 넣은 골 장면이 평생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7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EPL 안방경기에서 손흥민은 ‘원더골’을 터뜨렸다. 전반 13분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드리블을 시작한 손흥민은 페널티아크 왼쪽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곡선을 그리며 약 25m를 날아가 골망을 흔들었다. 벼락같은 슈팅을 막기 위해 키 190cm인 아스널 골키퍼 베른트 레노가 몸을 던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손흥민의 아스널전 통산 3호 골(EPL, 컵대회 포함). 토트넘 구단은 경기 후 트위터에 이 장면을 올리면서 ‘이 골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득점 위치는 손흥민이 여러 차례 골맛을 봐 ‘손흥민 존’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매일 아버지와 함께 페널티박스 외곽 좌우측에서 각각 200개씩 슈팅 연습을 반복하며 득점력을 키웠다. 손흥민은 “많은 연습을 했던 위치에서 나온 골이다. 우리 팀의 첫 번째 득점 기회를 골로 연결해 기쁘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골이 터지자 관중석에 앉은 아들을 향해 돌아서 양팔을 벌리는 세리머니를 했던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아들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놀라운 골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BBC도 “‘월드클래스’ 손흥민이 보여준 환상적 마무리였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이 전반 46분(추가시간) 케인의 골에 도움을 추가하며 1골 1도움을 기록한 토트넘은 아스널(15위)을 2-0으로 꺾고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이번 시즌 EPL 10호 골(유럽대항전 등 포함 시즌 13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EPL 다섯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도미닉 캘버트루인(에버턴·11골)에 이어 리그 득점 2위. EPL 데뷔 후 자신의 최단 기간인 11경기 만에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한 손흥민은 경기당 0.91골(EPL 기준)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ESPN FC는 트위터를 통해 “손흥민의 득점이 아스널의 이번 시즌 팀 득점(10골)과 같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손흥민은 “라이벌전이었기 때문에 골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한 마무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란히 북런던 지역을 연고로 하는 토트넘과 아스널의 경기는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야간에 발생하기 쉬운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두 팀의 맞대결은 대체로 낮에 열린다. 토트넘 출신 이영표는 “토트넘의 클럽하우스에서는 빨간색(아스널의 상징색) 옷을 입으면 안 된다. 토트넘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는 산타클로스 모자도 파란색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 토트넘은 이날 9개월여 만에 유관중 경기(2000명 입장)를 치렀다. 토트넘 안방 팬들은 통쾌한 한 방을 날린 뒤 후반 43분 교체 아웃되는 손흥민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손흥민은 “우리 팀과 팬들은 승점 3점보다 더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관중은 2000명이었지만 응원 소리는 2만 명보다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