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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무균실에 ‘면회복도’ 설치… 감염 공포 줄이고 심리 안정까지

입력 | 2020-12-09 03:00:00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 이대서울병원 조혈모세포이식실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 입원실…유리창 너머 보호자 면회 가능
최신 설비 갖춰 밀착 모니터링






이대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대영 교수가 면회복도에서 유선전화를 통해 환자와 대화하고 있다.


4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본관 4층 조혈모세포이식실. 이곳은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환자들이 입원하는 무균병실이다. 혈액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르고 빈혈, 면역결핍, 지혈장애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하고 빠른 진단, 정밀한 치료와 함께 무균병실이 필요한 질환이다.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는 무균병실이지만 이 병원의 조혈모세포이식실에는 환자와 의료진은 물론 보호자까지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 조성돼 있었다. 바로 서울에선 처음으로 만들어진 ‘면회복도’다.

이대서울병원 조혈모세포이식실에 마련된 면회복도에는 전화까지 설치돼 있어 이를 통해 환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는 바깥 풍경도 볼 수 있어 입원 환자들의 만족도가 컸다. 골수 이식을 받은 혈액암 환자들이 한 달 가까이 무균병실에서 지내야 하는 건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환자 몸에서 면역세포가 소실되고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몸의 점막들이 손상되기 쉽다. 균이 침투하기 쉬운 상태가 되면서 호흡기 계통의 감염 우려가 커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의료진도 무균병실에 들어오려면 옷에 묻은 균을 없애기 위한 ‘공기샤워’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균병실인 조혈모세포이식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구에 설치된 공기샤워기를 거쳐야 한다.

환자는 이곳 무균병실에서 3, 4주간 외부와 격리돼 지내야 한다. 격리에 따른 불안한 심리 상태와 컨디션은 환자의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이대서울병원은 혈액암 환자가 가족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보호자들은 별도로 마련된 면회복도에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환자와 인터폰으로 대화하면서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환자가 가족 등 보호자들과의 면회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선 전문의 4명이 환자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성인 혈액질환은 김대영 교수와 정성훈 교수가, 또 소아 혈액질환은 유경하 의료원장과 유은선 교수가 각각 맡았다. 김 교수는 백혈병의 한 종류로, 림프모구가 과다해져 생기는 암인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전문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저널에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혈액종양 질환 치료와 연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김 교수는 재생불량빈혈, 골수증식성질환, 골수이식도 담당하고 있다. 정 교수는 올해 대한혈액학회 우수연구자상을 받는 등 촉망받는 젊은 전문의다. 유 의료원장과 유은선 교수는 소아혈액질환이나 림프절질환, 백혈병 뇌종양 등 혈액종양 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다.

환자가 입원하고 있는 양압입원실에 헤파필터를 설치해 공기 중 감염을 막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조혈모세포이식실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병상이 1인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격리병상 시설 기준 15m² 이상으로 쾌적한 병실 환경을 구축했다. 최첨단 양압 격리시설과 헤파필터를 설치해 환자들을 공기 중 감염으로부터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환자 상태는 병실마다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대서울병원 관계자는 “2019년 개원한 병원으로 모든 시설이 최신 설비로 갖춰져 있다”며 “무균실뿐 아니라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는 모든 공간이 무균실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계돼 있다”고 했다.

김대영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을 받는 환자들을 위한 최신 시설을 갖추고 혈액환자 진료에 특화된 교수급 의료진, 전문 간호사, 병동 간호사들이 24시간 환자를 돌보고 있다”며 “환자들의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