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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과 법무부가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 주체를 두고 또다시 격돌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이틀 앞둔 시점이다.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8일 대검 감찰부가 주도하는 해당 수사를 서울고검에서 하도록 지시하자, 법무부는 유감을 표하며 ‘신속한 조치’를 하겠다고 반격했다.
대검은 이날 오전 11시께 “대검 차장검사는 법무부로부터 수사의뢰된 검찰총장에 대한 ‘재판부 분석 문건’ 사건과 대검 감찰3과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서울고검으로 함께 배당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총장 징계청구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 관련 감찰 조사와 법무부가 해당 의혹에 대해 윤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검 감찰부에 수사의뢰한 사건을 모두 서울고검이 맡게 됐다.
대검 측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 참고자료로 되돌려받은 점을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라고 지적했다.
해당 문건을 대검 감찰부에서 받은 법무부가 이를 근거로 감찰부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이 문건은 한 부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이 한 부장 지휘에 따라 해당 자료를 근거로 법령상 보고의무를 위반한 채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로 입건하고,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며 진행상황을 법무부 관계자에게 수시로 알려주는 등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삼았다.
법무부는 3시간여만인 오후 2시15분께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검의 배당 지시에 유감을 표하고 “상세한 경위를 보고받은 후 이 사건의 중요성,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 필요성 등을 종합 고려해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반격했다.
법무부는 “조 차장 지시는 총장 지시나 다름없다”며 Δ대검 감찰부와 협의없이 일방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Δ중앙지검 관할 수사사건을 감찰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고검에 배당한 점 등을 들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고검은 ‘채널A 사건’ 관련 정진웅 차장검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혹이 있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한 부장 등 대검 감찰부뿐 아니라 해당 문건 전달 및 대검 소관부서 압수수색에 관여한 법무부 관계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게 되자 즉각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이와 관련 한 부장과 허 과장이 대검 인권정책관실의 조사요구에 모두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검은 법무부 입장이 배포된지 2시간여만에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로 관련 사건 재배당이 불가피했다고 재차 강조하며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사전에 특임검사 의사를 전달했으나 법무부가 소극적 입장을 보여 서울고검에 배당했고, “지금이라도 법무부가 특임검사 임명 요청을 승인해준다면 따르겠다”는 것이다.
또 “대검 감찰3과가 수사 중인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한 건 검찰청법 7조의2에 따른 직무이전, 승계 지시로 감찰부장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법무부가 대검 감찰부와 협의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은 것도 반박했다.
이에 추 장관이 어떤 조치를 강구할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해당 사건을 서울고검 아닌 다른 곳에서 수사하도록 하지 않겠냐고 전망한다.
다만 윤 총장은 이해충돌로 이 사건 관련 모든 지휘를 회피한 상태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배당을 바꾸라고 지휘할 경우 자진 회피한 윤 총장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검찰청법 8조 입법취지는 직급이 총장, 검사로만 돼있는 검찰에서 검사에게 수사지휘권이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일반적 사건에서 검찰 행정사무는 (지휘감독이) 가능하나 이건 구체적 사건이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이해충돌 문제로 사건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법무장관이 총장 아닌 다른 검사를 지휘감독할 순 없다는 의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