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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산업재해로 물건 못잡던 손… 재건수술로 작은 것도 척척

입력 | 2020-12-09 03:00:00

인하대병원 기세휘 교수(왼쪽)가 공장에서 작업 도중 왼손을 심하게 다쳐 3차례 재건술을 받은 김태경 씨의 손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충북 진천군에 사는 김태경 씨(33)는 지난해 3월 고무 생산업체에서 일하던 중 왼손 손가락 4개가 골절됐다. 손가락 피부가 완전히 벗겨질 정도의 심한 화상까지 입은 중상이었다. 사고 당시 김 씨는 퇴근을 앞두고 설비가 멈추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공장 2층에서 제품 하나가 설비 위로 떨어졌다. 순간 설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제품을 빼내려고 기계로 달려들었다가 손가락 마디가 기계로 들어간 것이다.

사고 발생 직후 김 씨는 공장 근처에 있는 청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음 날 저녁에야 수술이 가능하다는 병원 측 설명을 듣고 24시간 수술이 가능한 청주의 다른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김 씨의 손 관절은 구부러지면서 손이 말려들어가는 후유증이 생겼다. 수술 후 최초 치료과정에서 손가락 2차 굴곡 구축(특정 원인에 의해 손바닥이 땅겨진 상태)과 관절 손상이 진행됐다. 심한 구축변형으로 인해 검지, 중지, 약지에 ‘외상성관절염’도 생겼다.

결국 모든 손가락을 펴지 못해 물건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 이르자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손가락 상태를 살펴본 주치의 기세휘 교수(성형외과)는 김 씨가 손가락의 기능을 온전히 회복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기 교수는 근위지 관절(손가락 둘째 마디)과 중수지 관절(손등과 손가락 연결 부위) 기능을 활용하고 남아 있는 근육을 이용해 물건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기 교수는 3차례에 걸쳐 김 씨에 대한 수술을 진행했다. 1차 수술은 검지, 중지, 약지의 손바닥 구축을 모두 제거하고 관절을 이완시켜 편 다음, 혈관을 이어주는 유리피판술을 펼쳤다.

2차 수술은 검지, 중지, 약지를 분리하는 수술을 통해 모든 손가락을 따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3차 수술에서는 변형이 일어난 각 관절을 적절한 각도로 돌리는 관절고정술을 실시했다. 단계별 수술을 마친 김 씨는 현재 검지, 중지, 약지를 이용해 손을 펴고 물건을 잡는 동작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볼펜 등 작은 물체를 쉽게 잡을 수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김 씨의 사례에서 보듯 모든 환자가 숙련된 수부외과 전문의에게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에서 이 분야의 전문의를 24시간 상주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부재접합술, 수부재건술은 성형외과에서 이른바 ‘3D’라고 부르는 어렵고 힘든 분야다. 재접합술이나 재건술의 경우 현미경을 이용한 수술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숙련된 술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손 골절 등 큰 부상을 입고 긴급수술을 후 김 씨처럼 후유증이 있는 경우 수술 경험이 많은 교수를 찾아 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 교수는 25년간 수부외과에 몸담으면서 재접합과 골절 치료, 힘줄 봉합, 유리피판술 등 1차 수술과 재건 및 관절구축 치료 등 2차 수술을 시행해 왔다. 그는 “수술 후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환자는 오랜 시간 방치하지 말고 대한수부외과학회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어 전문의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문의를 만나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에 맞는 재건수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