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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코로나 위기 심각한데 투자의욕 꺾는 ‘경제 3법’ 왜 서두르나

입력 | 2020-12-09 00:00:00


더불어민주당이 경제 3법의 단독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어제 김태년 원내대표는 “3법 처리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국회 본회의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례가 없을 정도로 정부 여당 입법에 강하게 반발해온 경제계는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3법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고려해 일부 조항을 완화시켰다고 설명한다. 사내이사인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려던 것을 ‘각각 3%’씩 인정하는 쪽으로 상법 개정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에선 담합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여부를 놓고 여야가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경제계가 문제 삼은 독소 조항들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법안들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가 나중에 사달이 날 때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점을 의식한 듯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당의 상법 수정안이 외국 투기자본 공격을 막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의 지분이 28%인 삼성전자의 경우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씩 인정하는 쪽으로 완화한다 해도 18%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투기자본 여럿이 힘을 합치면 적대적 감사위원을 선임해 경영 방해를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진국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3%룰은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배돼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한국 경제는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연말연시 소비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뿐이다. 이럴 때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자원을 쏟아붓게 하는 법을 만들면 고용과 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에 새로운 족쇄가 될 경제 3법의 국회 통과는 책임 있는 정부, 여당이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