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법사위에 상정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여당은 오늘 본회의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한국 민주주의에 조종이 울린 날”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법 개정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에서 야당의 거부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여당이 지난해 공수처법 협상 과정에서 공수처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약속했던 것인데 이제 와서 자신들이 뒤집은 것이다. 이대로 공수처법이 본회의를 거쳐 시행된다면 공수처장은 결국 청와대와 여당 입맛에 맞는 친정부 성향 인물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출범하면 검경을 아우르는 최상위 사정기관이 된다. 막강한 권력기관의 수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 눈치나 살핀다면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한다는 공수처법의 입법 취지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을 ‘10년 이상’ 변호사에서 ‘7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그 임기를 3년에서 7년으로 늘린 것도 논란거리다. 경력이 짧은 친정부 성향 변호사들을 대거 공수처 검사로 투입해 오랫동안 공수처를 정권의 입맛대로 통제하겠다는 구상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히자마자 여당의 입법 폭주가 시작됐다. 이러니 174석의 여당이 행정부 견제는 고사하고 청와대의 하명(下命)입법을 수행하는 산하기관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당은 친문 지지자 입맛에 맞는 입법을 강행하면서 지지층 결집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그러나 과거 군사정권에서나 나올 법한 입법 폭거를 멈추지 않으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더 가속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