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보다 가해자 인권이 더 보호받고 관행처럼 수사 재판하는 사건 경계해야
정원수 사회부장
2008년 12월 11일 조두순이 당시 8세 딸을 참혹하게 성폭행한 이후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최근 국회의원에게 보낸 호소문 중 일부다. 이런 기대와 달리 수감 중인 조두순은 12일 만기 출소해 자신이 살던 곳으로 복귀한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피해자가 도망치듯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사를 갔다고 한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은 올 10월 조두순을 24시간 밀착 감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 공동 대응책을 내놨다. 국회도 성범죄자의 실거주지를 더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했다.
조두순이 되돌아오는 시점에 반드시 되짚어보고, 기억해야 할 지점이 있다. 사회적 관심이 덜한 수많은 사건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허술하게 처리돼 왔는지, 또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것을. 아버지가 “끔찍하다” “기억하기도 싫다”고 하는 장면들이다.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한 것도 논란이 됐다. 피해자 측은 경황도 없고, 경제적 여건도 되지 않아 1심을 변호인 조력 없이 대응했다고 한다. 1심 형사재판의 변론 종결 전에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그 시기를 놓쳐 배상을 받지 못했다. 반면 조두순은 1심에선 국선변호인, 2심에선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 변호인의 도움을 받았다. 법률구조공단은 피해자 측의 변호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판이 정의 실현의 과정이었는지도 의문이다. 1심은 결심 공판을 포함해 3차례 공판이 열린 뒤 사건 접수 2개월여 만에 종결됐다. 전과 18범의 조두순은 그사이 6차례나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재판부는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뒤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경했다.
조두순 사건으로 드러난 사회 시스템의 오작동은 많이 개선됐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성범죄의 신상공개 제도와 전자발찌 제도, 피해자 인권 보호 대책 등이 보완되고 있다. 형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높아졌다. 만약 지금 조두순 같은 범죄가 발생한다면 감경을 하더라도 최대 징역 50년에 처할 수 있고, 성범죄에선 음주를 이유로 감경을 하지 않도록 법이 개정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피해자에게 진 빚일 수 있다. 12년 동안의 시행착오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조두순 출소 이후 대책의 빈틈을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할 때다.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