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작년 대비 경쟁률이 크게 높아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복 지원, 중복 당첨이 허용된 게 컸다. 기존에는 중복 지원이 불가능해 가장 원하는 한 곳만 고민해서 내야 했다. ‘언택트’ 방식인 전산추첨 등으로 이뤄진 올해는 3군데 이상 지원했다는 학부모도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로 공립학교의 민낯을 본 학부모들이 사립초로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립초 맘카페 등에는 “사립 생각 전혀 없다가 공립 하는 거 보고 마음 바꿨다”, “주변 공립초 보낸 선배 엄마들이 무조건 사립 보내라고 한다”, “공립에서는 제대로 된 돌봄을 기대하기 어렵다” 등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경원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을 잘 보여준다. 내년 3월 경원중을 마을결합 혁신학교로 전환한다는 소식에 학부모들은 혁신학교 철회를 외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009년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 시절 도입한 혁신학교는 강의 중심이 아닌 체험과 토론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창의인성교육’을 지향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지만 일부 학부모는 ‘혁신학교에서는 가르치는 게 없어 따로 학원을 가야 해 사교육비가 더 든다’, ‘교사만 편한 곳이 혁신학교다’라며 거부하고 있다.
언제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원격수업은 이젠 뉴노멀이 된 시대다. 부실한 원격수업은 학력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체험과 토론도 좋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을 듣지 못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면 학력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역대급 사립초 경쟁률을 중복 지원이 야기한 결과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일부 학부모의 잘못된 오해라고 하고 넘어간다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