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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의 SNS 탈선[현장에서/정윤철]

입력 | 2020-12-09 03:00:00


인스타그램 생방송에서 팀 동료의 나체 사진을 노출시켜 물의를 빚은 프로농구 SK 최준용. 동아일보DB

정윤철 스포츠부 기자

7일 프로농구 SK 최준용(26)의 개인 인스타그램 생방송을 보던 팬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송 도중 최준용의 팀 동료 A 선수의 나체 사진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에 적극적인 최준용이기에 이날도 200명 넘는 팬이 방송을 보고 있었다.

방송을 중단한 최준용은 “실수로 휴대전화 사진첩에 있던 사진의 일부가 노출됐다. 팬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방송에서 이런 실수를 하게 돼 죄송하다”며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A 선수와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의 자는 모습 등 장난스러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지웠어야 하는 사진을 보관하고 있던 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라며 고개를 숙였다. 파장이 커지면서 SK는 8일 구단 자체 징계위원회를 통해 최준용에게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한국농구연맹(KBL)은 9일 재정위원회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프로야구 삼성 내야수 신동수(19)가 비공개 SNS에 야구 관계자와 장애인, 미성년자 등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 충격을 줬다. 삼성은 징계위원회를 거쳐 신동수를 방출했다.

SNS는 올바르게 활용하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훌륭한 통로가 된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선수들의 릴레이 캠페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막말을 하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부적절한 게시물을 올리면 자신뿐 아니라 동료나 팀, 팬들에게 큰 피해가 될 수 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연맹과 구단들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SNS의 올바른 사용법 등에 대한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SNS의 명과 암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교육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SNS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기에 교육과 관련 징계 규정 마련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빠르고 광범위하게 정보가 공유되는 SNS에서 자신들이 내뱉는 말이 가진 파급력을 경계해야 한다. 당장 하고 싶은 말과 공개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어도 잠시 전송 버튼에서 엄지손가락을 떼어놓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를 스스로 곱씹어 봐야 한다.

이런 사고가 터질 때마다 누리꾼들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1승을 추가했다’는 말을 한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이끌었던 ‘명장’ 퍼거슨 감독이 팬들과 SNS로 설전을 벌이기도 하는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트위터(SNS의 한 종류)는 시간 낭비다. 그것 말고도 인생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백만 가지는 된다.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라”고 말했다.

구단, 연맹의 재발 방지 노력과 함께 선수 스스로의 의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퍼거슨 감독의 승전보는 영원히 계속될지 모른다.

정윤철 스포츠부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