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의 14%가 사는 부자 나라들의 백신 사재기로 인해 빈곤국 국민 10명 중 9명이 백신을 맞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 옥스팜·국제앰네스티·글로벌저스티스나우 연합체인 백신동맹(PVA)은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의 53%를 사들였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과학 분석업체인 에어피니티 자료를 토대로 중국(시노백)·러시아(스푸트니크 V) 등 8개 주요 백신 보유국 간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최종 임상3상 결과가 발표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대부분은 부유한 나라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개발도상국에 백신 공급량의 64%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년까지 세계 인구의 18%가 백신을 맞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부탄·에티오피아·아이티 등 67개 소득 중하위권 국가 대부분 사람들은 내년에 백신을 맞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이 세계보건기구(WHO)에 기술과 지식재산을 공유해야 더 많은 백신이 생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WHO는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백신이 모든 나라에서 사용가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총인구의 6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해 집단면역이 달성돼야 전염병이 종식되기 때문이다.
스티브 콕번 국제엠네스티 경제사회정의 대표도 이날 성명을 내고 “부유한 국가들이 세계 백신 공급의 대부분을 매수해 인권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보건 정책 전문가인 클레어 웬험 런던정경대 교수는 영국 BBC방송에 “세계 보건 문제에서 90 대 10의 문제가 있다고들 한다. 세계 의약품의 90%가 세계 인구의 10%에게만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웬험 교수는 그러면서 “제약업계에서 관행으로 자리잡은 선구매로 인해 개발 초기 가장 많은 물량을 계약할 수 있는 이가 가장 앞선 줄에 서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