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지방정부가 이끈다]수소경제 구축 주도하는 경남 창원시 전국 최초로 도심에 수소충전소 설치 친환경 연료 이륜차-트램 실증 예정 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에도 앞장서
지난해 6월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수소버스 노선 개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국에서 수소버스를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한 건 창원이 처음이다. 동아일보DB
○ 차세대 에너지원, 수소
수소는 산소와 화학 반응을 거쳐 전기와 열에너지를 만든다.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료를 태우지 않아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기존에 사용하던 에너지원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같은 양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연료전지 형태로 만들어 저장하면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고, 필요한 곳에 바로 설치할 수 있어 송전설비도 필요 없다. 아직까지 주로 차량에 쓰이지만, 향후에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차와 선박, 드론, 인공위성 등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차후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생산이 늘면 이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가 활용하는 수소는 공장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한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그레이 수소’라고 한다. 그린 수소는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개념)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지만, 아직은 세계적으로도 연구 단계다.
○ 수소경제 구축 주도
창원시는 이와 같은 수소 관련 변화와 발전 방향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 비전을 세웠다. 향후 몇 년간은 그레이 수소가 주력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수소경제의 선두 자리를 선점하고, 그린 수소 개발 및 실증 사업도 진행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다는 구상이다. 수소경제가 창원에서 먼저 실현된다는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 수소를 활용한 제품의 실증 운영에도 적극 나섰다. 창원은 지난해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했고, 수소버스를 처음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했다. 올 5월에는 상용화를 앞둔 쓰레기 수거용 5t 수소트럭도 실증 운영을 시작했다. 수소 이륜차·트램 실증 운영도 예정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소 관련 시설과 장치의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그레이 수소에서 그린 수소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시기에는 관련 설비와 부품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창원시는 마산자유무역지역과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업체와 수소 활용 업체의 만남을 주선하고, 관련 업종으로의 변경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의 철강, 석유 관련 제품을 만들던 업체와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정의로운 전환을 돕는 것이다. 창원시 측은 “기계산업이 발달한 창원의 강점을 내세워 수소경제 산업을 주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소경제 구축은 전 세계적인 도전 과제다. 독일은 6월 ‘국가 수소경제 전략’을, 유럽연합(EU)은 8월 ‘유럽 수소 전략’을 발표했다. EU는 올해 20억 유로(약 2조6500억 원) 규모인 수소경제를 2030년까지 1400억 유로(약 185조6100억 원) 규모로 키우고 특히 ‘그린 수소’ 생산 설비 마련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도 수소경제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는 7일 ‘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 전략’을 공개하며 “2050년까지 수소 생산량의 80% 이상을 그린 수소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관련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에 투자와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