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10년만에 韓 ‘민간부채 경보’ 대출 규제전에 “일단 받아놓자” 빚투-영끌 막차수요 대거 몰린탓 금융당국 “대출 자제” 잇단 경고에 은행들 일부 상품 판매중단 나서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 중 가계대출이 한 달 전보다 13조6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11월 증가액(7조 원)과 비교하면 1.94배가 불어난 셈이다. 2004년 한국은행이 관련 대출 통계를 작성한 후 한 달에 이렇게 많이 대출이 늘어난 적은 없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인 7조4000억 원 급증했다. 이는 이전 최대였던 올해 8월 증가 폭(5조7000억 원)보다 1조7000억 원 많고 지난해 11월(2조1000억 원)의 3배 이상이다. 11월에 주택담보대출도 6조2000억 원 늘었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도 다시 대출을 조이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대출상담사를 통한 대출 모집을 중단했고 우리은행은 신용대출 주력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 투자 수요가 여전히 많아 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지난달 신용대출 규제 시행 전 열어놓은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성 대출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대출 자금이 시장으로 더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대출 규제 효과가 나타나려면 내년 1분기(1∼3월) 정도나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한국 가계와 기업 부채 증가세의 이상 징후를 보여주는 신용갭이 1분기(9.4%)보다 4.4%포인트 높은 13.8%로 집계됐다. 신용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및 기업 신용의 증가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BIS는 신용갭이 2% 미만이면 ‘정상’, 2∼10%이면 ‘주의’, 10% 이상이면 ‘경보’ 단계로 분류한다. 한국 신용갭이 10%를 넘은 건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말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에 앞선 1997년 외환위기 때 경보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신용갭은 1983년 2분기(14.0%) 이후 가장 높다. 조사 대상 44개국 중 8번째다. 미국(3.5%), 중국(10.6%), 독일(9.3%) 등 주요국은 물론이고 브라질(1.5%), 멕시코(6.6%) 등 신흥국들보다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