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입법 독주]法 다루는 법사위장의 상습적 절차무시 공청회 소집해 공수처법 상정하곤 “기습상정 표현은 사실 왜곡” 주장 ‘토론 무시하고 표결 처리’ 보도엔 “국민의힘 고성 때문” 야당 탓 野의원 “이게 말이 되나” 항의하자 되레 “토론 할수가 없잖아” 고함쳐
9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사봉을 들고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당초 예정돼 있던 낙태죄 공청회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먼저 상정해 의결을 강행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윤호중, 공수처법 논란 일자 야당과 언론 탓
윤 위원장은 9일 법사위 전체회의 시작 후 “한마디 하겠다”고 하더니 전날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 대해 “일부 언론, 아마 특히 존경하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몸담았던 언론인 것 같은데, 우리 위원회 법안 처리 과정을 기습 상정, 토론 무시, 기립 표결로 처리했다고 썼다. 기립 표결을 한 거는 팩트니까 말씀 안 드리겠지만 기습 상정, 토론 무시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 의결이 있은 후 열린 위원회에서 지체 없이 보고하고, 보고하기 위해서는 상정해야 한다”며 “기습 상정이라고 한 것은 엄연히 사실에 대한 왜곡”이라고 했다.
그러나 8일 오전 10시 법사위 전체회의는 낙태죄 관련 공청회를 위해 잡힌 일정이었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2일 열린 법사위에서 윤 위원장은 “이번 공청회는 우리 위원회가 낙태죄 개정 관련 형법 개정안을 심사하기에 앞서 12월 8일 10시에 여야에서 추천한 8명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래 의사일정은 낙태법 공청회였다. 낙태법 공청회 전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올리는 게 기습 상정이 아니면 뭐냐”며 “공청회 전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사일정으로 올린다는 간사 간 협의도, 합의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 30초 만에 토론 ‘종결’시키고도 “고성 때문에…”
윤 위원장은 8일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한 뒤 “토론을 하겠다. 토론하실 분 없으십니까”라고 물었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토론을 신청했다. 이에 윤 위원장도 “전주혜 의원님 5분간 토론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발언 기회를 줬다. 전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입니다. 방금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오전 회부된 안건은 조정이 완결되지 않았다”며 발언을 이어가고,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이 “아무리 날치기를 해도”라고 항의하자 윤 위원장은 “지금 토론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므로 토론을 종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의원의 발언 시간은 약 30초에 불과했다. 당황한 전 의원이 손을 들며 “아니 위원장님”이라고 외치고,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자 되레 윤 위원장은 “토론을 할 수가 없잖아”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곧바로 “이 법안에 찬성하시는 위원님들은 기립해 달라”며 표결에 부쳤고, 공수처법 개정안은 전체회의 개회 7분 45초 만에 처리됐다.
○ 法 다루는 법사위원장의 상습적인 절차 무시
윤 위원장이 입법 절차를 독단적으로 처리한 건 처음이 아니다. 윤 위원장은 7월 29일 법사위에서 이른바 ‘부동산 3법’과 관련해 소위 심사보고, 반대 토론, 축조심사, 비용 추계서 첨부 등 국회법에 명시된 절차에 대해서도 “의무조항이 아니다”라며 생략했다. 8일 법사위에서도 윤 위원장은 법안 처리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비용 추계서 의결을 건너뛰었다가 ‘사후 의결’하는 상황도 연출했다.
여기에 윤 위원장의 ‘거친 입’도 여야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윤 위원장은 8일 “독재”라고 비판하는 야당 의원을 향해 “독재 꿀을 빨더니”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썼다. 마이크를 잡고 한 공식 발언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달 26일에도 “국민의힘 원내대표께서 김도읍 간사를 사보임 해주셨으면 좋겠다”, “(김 의원 보좌관들에게) 좀 제대로 보필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입법 보좌관 자격시험을 도입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