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입법 독주]공수처법-경제3법-5·18특별법 등 여권-시민단체 숙원 적극 반영 “文대통령-與 강조해온 ‘주류교체’ 제도적 기반 만든 것” 해석도
“사실상 우리 사회의 근간이 바뀌는 것 아니냐.”
더불어민주당이 8일과 9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이른바 ‘개혁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서자 정치권에선 이런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고 밝히자 민주당이 정치 사회 경제 등을 망라한 국가 전반의 기틀에 손대는 법안들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목표로 내건 ‘주류 세력 교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 안건에 올린 130개 법안 중 야당과 합의 없이 일방 처리한 핵심 쟁점 법안은 줄잡아 15개에 이른다. 대표적인 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 법안과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5·18역사왜곡처벌법 개정안, 노조법 개정안 등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두고는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약속과 달리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삭제해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견제장치가 사라진 데다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도 ‘재판·수사·조사업무 5년 이상 수행 경력’을 삭제하고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요건을 ‘변호사 7년 이상’으로 낮추면서 친여 성향 변호사들이 공수처에 진출할 길을 열어준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지만 실패했던 재벌 개혁과 공수처 설치 등 여권의 숙원사업을 완성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만든 셈이다. 5·18왜곡처벌법은 역사적 평가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정치가 개입한 첫 단추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케 한 노조법 개정안은 여당의 지지 기반인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와 민노총의 힘을 더욱 키워주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입법 독주를 완성한 건 4월 총선을 통해 여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로 곧바로 차기 대선정국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무리를 해서라도 숙원 법안들을 모두 강행 처리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밀어붙인 법안들을 뜯어보면 모두 핵심 지지층에 어필하는 내용들”이라며 “이러다가 여당 단독 국가가 돼 나라 전체가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