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백신전쟁]당국, 백신 늑장대응 도마에 아스트라제네카 생산라인에 문제… 연내 3000만회 계약한 英 공급차질 글로벌 백신 ‘선착순 공급’이 원칙… 계약 늦은 한국, 우선순위서 밀려 NYT “아스트라제네카 정보 은폐” 효능 논란도 계속… 국내 접종 요원
○ 국내 접종 계획은 갈수록 불투명
정부가 계약을 완료한 백신 제조사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유일하다. 계획대로면 내년 상반기 우리 국민이 가장 처음 맞을 백신이다. 하지만 효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의학전문지 ‘랜싯’은 이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분석한 연구자들의 동료평가(peer-review) 결과를 8일(현지 시간) 게재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로이터통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검증이 더 필요해 접종이 늦춰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보건당국에 정보를 은폐하는 바람에 뒤처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부작용이 백신과 관계없다는 증거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늑장 제출해 신뢰를 잃었다는 것. 이 때문에 FDA의 긴급사용승인이 내년 1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 백신 물량 추가 확보도 쉽지 않아
문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해 9일 “코로나의 긴 터널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단기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코로나 확산세를 빠르게 진정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선 백신 접종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시대로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건 쉽지 않다. 백신 특성상 생산이나 유통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만 해도 올해 말까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3000만 회 분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7일 아스트라제네카는 “400만 회 분량밖에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영국 공장 생산 라인에서 문제가 생긴 탓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9일 “아스트라제네카의 초기 물량이 들어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도입 백신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우선적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계약의 경우 ‘First Come, First Served(선착순 제공)’가 원칙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계약 순서에 따라 물량이 공급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입도선매한 선진국에 배당될 물량에 문제가 생긴다면 국내 공급은 후순위라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 다양하게 백신을 구매했어야 했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선구매한 이유”라며 “정부의 늑장 구매로 인해 K방역이 무색하게 팬데믹(대유행) 종식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강동웅 기자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