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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제’가 아니어서 낯설고 아쉬움…영화 ‘조제’

입력 | 2020-12-10 06:13:00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거뭇한 피부, 읊조리듯 낮은 목소리의 한지민이 ‘조제’로 탄생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영화 ‘조제’다.

1985년 발간된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제작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큼 리메이크 작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조제’는 대학 졸업을 앞둔 ‘영석’(남주혁)이 우연히 휠체어가 고장 나 길가에 쓰러져 있는 ‘조제’(한지민)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리가 불편한 조제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책을 읽고 혼자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연히 만나 도움을 준 영석에게 밥을 먹여주고, 이후 영석은 자신이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외국인이라는 등 엉뚱한 말을 하는 조제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다가온다.

영화는 천천히 잔잔하게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그린다. 영석은 부엌, 책으로 둘러싸인 방, 빈 병을 모아놓은 위스키 창고 등 조제의 공간에 한 발짝씩 들어온다. 두 사람은 점차 사랑의 감정을 알아가고 세상과 마주하며, 또 이별하고 변화한다.


영화는 원작을 각색해 한국적 색을 입혔다. 영화의 주 배경인 조제의 집은 한국의 오래된 시골집 같은 느낌을 준다. 고물을 수집하는 할머니가 쌓아놓은 마당의 더미와 집 안에 쌓여있는 물건들. 그 속에 다리가 부실한 밥상, 프라이팬으로 사용하는 다리미, 요강 등 옛 감성을 담아내려 했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공간과 시간적 상황이 달라진 면도 반영됐다. 원작 영화에서 유모차로 시작돼 전동 휠체어로 세상에 홀로 선 조제의 성장을 그렸다면, ‘조제’의 첫 만남은 휠체어부터 시작한다. 연상연하라는 설정도 생겼다.

특히 영화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 풍경과 각 공간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내 시선을 끈다. 빛과 어둠을 활용해 동화와 같은 감성적인 느낌으로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준다.

한지민은 어둡고 쓸쓸한 느낌의 조제로 절제된 표현 속에 섬세한 감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남주혁은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야 하는 영석의 불안한 심리와 서툰 감정, 호기심을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신이 몰입되지 않는다. 서로 스며들듯 감정을 쌓아가고 관계를 형성하는 서사가 매끄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영석이 조제에게 끌리는 이유나, 조제가 영석과 남녀간의 사랑의 감정을 갖는 지점이 모호하게 다가온다.

조제는 유쾌한 모습보다 어둡게 그려져 부정적인 모습이 강하다. 몸은 성치 않지만 밝고 긍정적인 일본 조제와는 분위기가 달라 세상과 단절된 느낌은 덜 와닿기도 한다.

원작의 아우라 탓일까. 조제의 성장과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호랑이와 물고기를 담은 장면도 빛을 발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오는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