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서비스 구루미 이랑혁 대표 인터뷰 수험생 캠스터디로 인지도 높였지만… r코로나 시대에는 연극-콘서트 무대로 투자 유치에… 내년 100억 매출 목표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한 화상회의 솔루션을 서비스 업체 ‘구루미’ 사무실에 들어서니 회사 전체가 왁자지껄했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사진)는 “신입 사원들이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때마다 사무실이 왁자그르르하다”고 했다. 사무실에 활기가 띄는 느낌이었다. 구루미는 올해 인력이 두 배 가량 늘었다고 했다. 인턴까지 총 29명 규모. 기존 사무실이 새 식구들을 수용하지 못해 지난달 이사를 했다.
구루미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캠스터디’로 잘 알려져 있다. 카메라(캠)를 켜놓고 공부(스터디)하는 모습을 서로서로 공유하며 시험 준비를 하는 행태를 뜻한다. 구루미는 지난해 12월 화상회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자 기업용 대상 ‘구루미 비즈’를 선보인 바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수험용 목적 외에 교육, 회의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혜를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스타트업 지원 기관 디캠프 추천으로 이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기사는 출고하지 못했다. 캠스터디라는 서비스 자체는 흥미로워 보였으나 드러나는 실적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팬데믹(대유행)으로 비대면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구루미 실적도 좋아졌다. 소위 ‘돈 되는’ 기업 고객이 10월 433곳으로 1월(10곳) 대비 40배 이상 증가한 덕이다. 8월에는 20억 원 가량의 투자까지 유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1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다시 인터뷰를 요청했다.
미국 화상회의 서비스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3분기 매출만 7억7720만 달러·약 8435억 원)와 같은 기업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는 “내년도 계약된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내년에는 1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화상회의 서비스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웹RTC’ 기술을 통해 쉽고 편하고 가벼운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웹RTC는 별도의 앱이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기술이죠. 2016년 오픈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특정 이용자 대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서비스부터 시작했어요. ‘구루미 통신’으로 누구나 연결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고 할까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캠스터디 쪽으로 수요가 늘어났어요. 이제는 캠스터디 뿐만 아니라 화상회의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화상회의 솔루션을 활용하는 방식이 다양해졌을 것 같아요. 줌만 해도 결혼식, 장례식 등에 쓰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구루미도 그러한가요.
구루미는 명목은 화상회의 서비스로 불리지만 실제 교육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돼요. 학교에서 학생들 수업을 위해 활용되기도 하고, 기업에서 임직원 교육을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죠. 그 다음은 컨퍼런스인데요. 최근 오프라인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그 수요가 차츰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사 행사들도 화상회의 솔루션을 많이 도입하고 있죠. 화상면접을 위해서도 많이 쓰이는 편입니다. 화상회의는 그 다음입니다. 생각보다 많지 않죠.
이 대표는 회의실에 있는 스크린에 파워포인트(PPT)를 띄워 구루미의 실적과 활용 사례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출 세부 내역을 화상교육, 화상회의, 화상면접, 콘퍼런스, 비대면 행사, 방송 등으로 구분해두고 있었다. 1~4월만 해도 해당 카테고리 영역의 매출액란에 ‘0’이라는 숫자가 많이 보였는데 10월에는 수백, 수천 만 원 단위의 숫자들이 보였다.
여러 레퍼런스 중 눈에 띄는 사례는 극단 공연이었다. 화상회의 서비스를 무대 삼아 배우들이 연기를 시도한 것. 이 대표는 “배우들 말로는 화상회의가 하나의 소재, 장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며 “과거에는 관객의 시선을 마주하려 했다면 이제는 카메라, 혹은 화면 속 동료 배우들에 눈을 마주해야 하기에 그에 맞는 연기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악과 미술 분야에서도 화상회의 솔루션 도입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용 가격은 줌보다 싼가요.
비쌉니다. 다만 줌에서 제공하지 않는 부가적인 기능들 때문에 수요가 있습니다. 출석부를 통해 누가 몇 시 몇 분 몇 초에 접속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고요. 수업 중간에 설문, 퀴즈 등을 제공한 뒤 실시간으로 결과까지 받아볼 수 있는 식이죠.
한국 제품이라는 특성도 있지요. 문제 생기면 즉시 처리를 해주기 때문에 비용이 비쌉니다. 해외 기업들은 문제가 생겨도 즉각 조치해주지는 않으니까요.
기본적으로 두 회사 모두 1 대 1 회의는 무제한이다. 하지만 그룹으로 넘어가면 가격을 받는다. 구루미는 최대 4명까지 그룹 회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월 1만9600원(1인당 4900원)을 받고 있다. 줌은 최대 100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에 월 14.99달러(1만6000원)를 받고 있다.
그는 “화상회의로 서비스를 국한하면 시스코 웹엑스, 줌 등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많아 구루미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교육 시장, 방송 시장 등으로 회의 분야가 확장되는 등 없는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비용이 비싼 까닭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실시간 영상 서비스이기 때문에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데요.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클라우드 업체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에 막대한 비용을 제공해야만 해요. 실제 캠스터디 같은 서비스는 이익이 남지 않아요.
돈이 남지 않아도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있었다. 몇 해 전 클라우드 업체의 장애로 인해 서비스가 한 시간 넘게 중단된 적이 있었는데 유저들로부터 ‘불평’보다 ‘응원’의 반응이 더 많았던 것. 캠스터디 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 별도로 돈을 받고 있지도 않으니 비즈니스 모델을 걱정해주는 이용자도 있었다.
인터뷰 내내 이 대표가 회사의 로고인 구름을 연상하게 하는 파란 머리를 수년 째 유지하고 있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한 번은 거래처 상대방을 만나러 갈 때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더니 나를 못 알아봤다”며 “탈모 때문에 고민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는 탓에 두 달에 한 번씩 염색을 하며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리조차도 직간접적 홍보마케팅이었던 셈이다. 파란 머리를 직원들에게 물려줄까 고민도 했지만 염색하려는 자원자가 없어 본인이 계속 유지중이라고 했다.
―목표가 있다면요.
5년 안에 상장을 하고 싶어요.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고 싶거든요. 만약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면 가치를 인정해주는 외국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신무경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