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들을 무시하고 여당의 입법 폭주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위원장은 8일 국회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고 토론 절차를 건너뛰는 등 주요 법안들을 일방 통과시키는 파행 운영으로 일관했다.
윤 위원장은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에게 반대토론 발언권을 줘놓고도 발언이 시작된 지 30초 만에 토론 종결을 선포하고 기립 표결로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당초 이날 법사위는 낙태죄 문제를 놓고 공청회를 열기로 했으나 윤 위원장은 공수처법을 최우선 안건으로 끼워 넣어 처리했다. 윤 위원장은 기습 상정이 아니며 국회법을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지만 국회법 제57조의 2는 ‘안건조정위원장이 의결된 조정안을 지체 없이 위원회에 보고하고 조정안이 의결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표결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여야 간 협의도 없이 의사일정을 바꿔 지체 없이 표결에 들어가라는 게 아니다.
윤 위원장의 독단적인 법사위 운영은 이번만이 아니다. 7월 29일 임대차 2법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킬 때에도 소위 심사보고, 반대토론, 축조심사, 비용추계서 첨부 등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를 모두 건너뛰었다. 상습적으로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하는 행위를 일삼아 온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정치적 소신이나 소속 정당의 당론을 떠나 최소한의 기계적 형식적 중립성이라도 갖출 줄 아는 절제력과 여야 간 중재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윤 위원장은 야당을 향해 “평생 독재의 꿀을 빨다가”라고 독설을 퍼붓는 등 적대시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법사위원장이 앞장서서 입법부의 권위와 협치 정신을 무너뜨린다면 21대 국회는 정권에 맹종하는 거수기 국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