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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습적 국회법 무시, 입법독주 앞장선 법사위원장

입력 | 2020-12-11 00:00:00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들을 무시하고 여당의 입법 폭주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위원장은 8일 국회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고 토론 절차를 건너뛰는 등 주요 법안들을 일방 통과시키는 파행 운영으로 일관했다.

윤 위원장은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에게 반대토론 발언권을 줘놓고도 발언이 시작된 지 30초 만에 토론 종결을 선포하고 기립 표결로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당초 이날 법사위는 낙태죄 문제를 놓고 공청회를 열기로 했으나 윤 위원장은 공수처법을 최우선 안건으로 끼워 넣어 처리했다. 윤 위원장은 기습 상정이 아니며 국회법을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지만 국회법 제57조의 2는 ‘안건조정위원장이 의결된 조정안을 지체 없이 위원회에 보고하고 조정안이 의결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표결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여야 간 협의도 없이 의사일정을 바꿔 지체 없이 표결에 들어가라는 게 아니다.

윤 위원장의 독단적인 법사위 운영은 이번만이 아니다. 7월 29일 임대차 2법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킬 때에도 소위 심사보고, 반대토론, 축조심사, 비용추계서 첨부 등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를 모두 건너뛰었다. 상습적으로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하는 행위를 일삼아 온 것이다.

국회 법사위는 모든 법안이 거쳐야 하는 관문이어서 법사위원장은 당적 보유가 금지된 국회의장 못지않게 국회법 절차를 준수하면서 중립적인 운영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래서 2004년 출범한 17대 국회부터 야당에 법사위원장직을 배정하는 것을 관행으로 삼아왔다. 집권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안전장치를 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4·15총선에서 압승하자 관행을 깨고 법사위원장직을 차지했고, 그 결과 입법 독주가 난무하게 됐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정치적 소신이나 소속 정당의 당론을 떠나 최소한의 기계적 형식적 중립성이라도 갖출 줄 아는 절제력과 여야 간 중재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윤 위원장은 야당을 향해 “평생 독재의 꿀을 빨다가”라고 독설을 퍼붓는 등 적대시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법사위원장이 앞장서서 입법부의 권위와 협치 정신을 무너뜨린다면 21대 국회는 정권에 맹종하는 거수기 국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