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공수처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후보 추천위 의결정족수를 현재 위원 7명 중 ‘6명 이상’에서 ‘5명 이상’으로 낮춰 야당 위원 2명이 반대해도 후보 추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여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에 야당 측이 불참해도 기존 추천위를 그대로 가동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강행하고 연내에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공수처법 처리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가 설치되면 사정·권력기관 사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고 강조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공수처는 필요하면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이첩받는 식으로 검경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검경은 공수처의 견제를 받지만 공수처를 견제하고 통제할 다른 사정기관은 없다. 공수처가 사실상 검경을 아우르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비판을 막기 위해 여당은 야당의 공수처장후보 비토권을 지난해 공수처법 통과의 가장 중요한 명분 중 하나로 삼았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였다. 그런데 추천위 협의과정이 길어지자 여당 스스로 만든 핵심 조항을 일방적으로 없애버린 것이다. 이젠 야당 눈치조차 볼 필요 없이 대놓고 청와대와 여당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공수처장에 임명하겠다는 ‘코드 인사’를 공언한 셈이다.
여당은 공수처법 통과를 개혁입법의 완성이라며 자축했다고 한다. 여권 일각에선 공수처법 처리로 친문 지지층을 결집시키면 지지율이 반등할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이런 입법 폭주에 대다수 민심은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