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前질본수장 3인이 본 방역 문제점
서울의료원 컨테이너식 이동병상 설치 10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한 컨테이너식 이동병상이 설치되고 있다. 최근 병상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서울시는 이곳에 이동병상 48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백신) 버스는 이미 다 떠났습니다. 전문가들이 백신을 충분히 선구매하라고 했는데도 왜 안 했는지 정부가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전병률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
10일 본보가 인터뷰한 전 질병관리본부장 3명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상황 속에서 여러 차례 ‘결정적 시기’를 놓친 것이 안타깝다며 입을 모았다. 3차 대유행 직전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격상하지 않은 점, 여전히 코로나 전담병상이 부족한 점, 충분한 양의 백신을 선구매하지 않은 점이 대표적이다.
○ 내년 초반 누적 확진자 10만 명 가능성도
이종구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도 “경제와 방역의 밸런스를 찾는 과정에서 정부 대응이 한 타임씩 늦었다”며 “수도권, 특히 서울지역은 진작 단계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주말까지 계속 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 전국 3단계로 격상이 필요하다”며 “단,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 추세가 겨울 동안 이어지면 현재 4만 명인 누적 확진자가 1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상 부족에 대한 준비 소홀을 꼬집는 목소리도 컸다. 전 교수는 “올 8월부터 현장에서 병상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정부가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며 “상급종합병원에 일반 중환자도 많은데 병상을 당장 내놓으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 중증병상이 부족하자 상급종합병원에 연일 병상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정 교수는 “병상은 준비 의지가 있었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문제”라면서 “누가 죽어서 (중증병상에서) 나가야 내가 치료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이유를 정부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속한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을 강조했다.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을 막고 일반 중환자에 대한 치료를 보장하려면 코로나 환자만 전담하는 병원이 필요하다는 것.
○ 이미 늦은 백신, 치료제라도 서둘러야
이들은 특히 한국의 백신 구매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 교수는 “우리가 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이 많이 남았고, 나머지 백신은 다른 나라가 다 선구매했는데 무슨 수로 ‘새치기’를 하겠느냐. 다른 나라는 다 맞고 내년 3월이면 끝날 텐데 우리는 4월 접종도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이 가능할 때까지 최대한 확산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치료제 사용승인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 당시 타미플루 300만 명분을 신속히 풀어 확진자 급증을 막아냈다”며 “백신 접종까지 시간이 걸리니 다른 측면의 전략, 즉 치료제 보급을 통해 전파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전주영·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