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ea FARM SHOW]코로나시대 새 활로 찾는 양식업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선회의 온라인 주문이 크게 늘면서 제주어류양식수협은 광어의 뼈와 가시를 발라낸 살코기 형태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위쪽 사진).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생선회 드라이브스루 판매, 포장 배달 등 ‘언택트’ 시대에 맞는 다양한 판매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어류양식수협 제공
요즘은 광어회 등 생선회를 먹고 싶다면 횟집이나 수산시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전화 한 통이나 클릭 한 번으로 싱싱한 회를 집에서 즐길 수 있다.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스타트업 유통업체들도 생선회 당일 배송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수입 어류에 비해 신선도에서 강점이 있는 제주산 광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온라인 확대로 유통구조 변화 중대 분기점
제주에서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광어가 운영하는 ‘싱싱한제주씨 센터키친’은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조리사가 수족관에서 무게 2.5kg에 달하는 1등급 양식 광어의 뼈와 가시를 발라낸다. 10여 분 만에 진공 포장해 살코기(필릿·fillet) 형태로 배송하고 있다. 한용옥 제주광어 대표는 “가정은 물론이고 식당, 펜션, 캠핑장, 직장에서도 알맞게 숙성된 회를 맛볼 수 있다”며 “광어 전문 연구소에서 건강관리 1등급을 받은 광어만을 대상으로 살코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도 문제다. 현재 제주산 광어의 유통체계는 생산자에서 중도매인 또는 산지수집상(활어 유통업자), 도매시장, 도·소매상 단계를 거쳐 횟집 등으로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도매인의 운송료 및 중개수수료, 도·소매상 유통 마진 등 kg당 6000∼700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양어장에서 kg당 1만5000원에 출하한 광어를 횟집 주인은 2만1000∼2만2000원에 사야 한다. 횟집 주인의 이윤을 더하면 소비자는 더 높은 가격에 광어회를 소비하는 실정이다.
산지나 소비지 공판장을 거치지 않아 가격 형성 과정이 불투명한 문제도 있다. 도매상이나 중간상인이 대형 납품처를 확보하기 위해 과당 경쟁을 벌이면서 ‘덤핑 판매’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도매상이 부도가 나면 외상으로 광어를 넘긴 양어장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파산하기도 한다.
○ 수협 “유통단계 3단계로 줄여 비용 50% 감축”
광어 활어복합물류센터를 인천 수산물수출물류센터에 조성하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2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하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은 30억 원을 투자해 600m² 규모의 활어복합물류센터를 신축할 계획이다. 가공작업장, 급속 동결 및 냉장 보관실, 진공포장 설비와 살코기를 자동으로 발라내는 기계 등을 갖추면 온라인 시장에 맞는 소포장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즉석 판매용이나 프랜차이즈 등의 소매 식당으로 회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 조합원들 유통지원금 조성 등 자구 노력도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제주도와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제주시 오라동에 ‘제주광어 가공·유통센터’도 건립한다. 131억 원을 투자해 대지 7404m²에 지하 1층, 지상 4층 등 연면적 5634m² 규모의 건물을 내년 11월 완공할 예정이다. 제주산 양식 광어를 살코기나 선어회 형태로 즉석에서 판매한다. 광어어묵, 생선가스 등 광어를 재료로 한 가공품도 만들고 광어요리 전문점도 들어선다. 광어 외에도 제철 방어회 등 다른 생선회도 판매할 예정으로 제주지역 생선회 소비의 트레이드마크로 조성된다.
제주어류양식수협 조합원들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제주광어 유통지원자금 100억 원 조성’ 목표를 세웠다. 조합원과 수협이 출연해 내년 32억 원 조성을 시작으로 2029년 목표액 100억 원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김광익 제주어류양식수협 상임이사는 “복합물류센터나 가공센터 등을 통한 광어의 유통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양어장을 운영하는 조합원이 스스로 유통지원자금을 조성할 정도로 자구 노력을 벌이는 등 양식업계에 신선한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