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외교정책에 쏟을 에너지 제한적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회복 어려울 수도
장택동 국제부장
그의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로 상징된다. 그는 세계를, 특히 민주주의 진영을 ‘이끌겠다(lead)’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국제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취지다.
그가 취임 직후 어떤 문제부터 손을 댈지는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정해질 것이다. 세계 각국은 바이든의 시선을 끌기 위해, 또는 바이든 취임 이후 보다 유리한 입지에서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의 정책에 동조함으로써 관계 강화를 모색하는 나라도 있다. 트럼프 재임 중 관계가 소원해진 유럽이 가장 적극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기후변화, 팬데믹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과 협력이 필요한 유럽은 미국의 새 지도자와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중 강경노선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나토가 내년 초 열리는 정상회의에 일찌감치 바이든 당선인을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역시 바이든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4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도 보면서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만나자는 것에 (바이든 당선인과 의견이) 일치했다”며 조속히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침묵하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내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야 바이든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북한은 바이든 당선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말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냈지만 서방 국가들에 비해서는 보름 이상 늦었다. 이 국가들은 의도적으로 말을 아끼면서 바이든과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각자의 전략에 따라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바이든 당선인이 임기 초반에 외교안보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으로서는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국내 정책이 더 시급하다. 그래서 외교안보 정책 우선순위에서 한번 밀리면 다시 앞자리로 가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느슨해진 한미 동맹을 바이든 행정부에서 신속히 회복하려면 한국도 지금 움직여야 한다.
장택동 국제부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