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기지 4곳 반환에 합의한 데 이어 1년 만에 추가로 12곳을 돌려받기로 하면서 18년째 제자리걸음이던 미군기지 반환 문제가 급진전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번에 반환된 서울 기지 일부를 부동산 공급난 해결을 위한 공공주택 건설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환경오염 정화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개발은 최소 2~3년 뒤에야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용산기지 이전 합의 16년 만에 용산기지 첫 반환
한미는 주한 미군기지 반환 이전 문제를 공식화한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2004년 용산기지이전협정(YRP)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 80곳에 대한 반환을 진행해왔지만 26곳에 대해서는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지연돼 왔다. 그러다가 방위비 분담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가 갈등하던 지난해 8월 청와대가 조기 반환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뒤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 이번에 반환된 미군기지 12곳의 총 면적은 약 146만5000㎡로 여의도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특히 2004년 한미가 용산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합의한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용산기지 일부를 처음 반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부가 미군기지 반환의 상징으로 보고 공을 들여온 용산기지 전체 반환과 국가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도 과거 용산기지 일부였지만 2004년 이전에 조성됐다.
● 환경오염 정화 비용 정부가 떠안을 수도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용산구 캠프 킴(4만8000㎡) 부지에는 수도권 주택 문제 해소를 위한 공공주택을 건설하고 극동공병단 부지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이전해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8·4공급대책에서 캠프 킴 부지에 3100채 규모의 공공임대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오염정화 시간을 고려하면 개발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주택공급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군의 한 관계자는 “세부조사와 환경정화 작업을 감안하면실제 착공까진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캠프 킴 부지에 공급이 이뤄져도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 중심이라 시장에 큰 효과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오염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반환이라는 상징성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군기지 4곳을 반환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에도 환경오염 정화비용은 한국 정부가 우선 부담하고 반환 뒤 미군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도록 협상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국내법을 내세워 오염치유 비용부담 거부를 고수하고 있어 결국 우리 정부가 정화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지난해까지 정화 비용 2200억 원을 우리 정부가 부담했다. 일각에선 앞으로 반환될 기지들의 정화비용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