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섭리까지는 모르겠으나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것은 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힘이다. 정직하게 일하고 저축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이 무너질 때 사회는 불안해진다. 세계 자본주의 맏형인 미국도 최근 불평등이 심해지고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 역시 실물경기는 안 좋은데 부동산이며 주식이며 자산시장만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일해서 수입을 얻기보다 ‘돈이 돈을 낳는’ 시대가 온 듯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가장 꺾어놓는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그때 집을 사자는 내 말을 들었어야 했다”며 부부싸움이 잦아졌다는 것도 너무 흔한 말이 됐다. 최근 한 방송 오락프로그램에 나온 배우는 “몇 년 전 전세로 살 때 매매가 6억 원이었던 서대문구 아파트가 지금 13억 원으로 뛰었다”며 자신의 사정을 소상히 털어놔 화제가 됐다. 그때 집을 안 사고 월세로 가는 바람에 지금까지 저축도 못하고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부동산 가격이 오른 적은 있지만 짧은 기간에 부동산 관련 신조어가 요즘처럼 많이 생겨난 때도 없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패닉 바잉(공황 상태에서 구매), 양포세(양도세 포기한 세무사), 부동산 블루(부동산 우울증), 부동산 카스트(부동산 계급)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젊은 세대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못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간신히 일자리를 얻어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도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이다. 청년들에게 성실하게 돈을 모아 내 집 한 칸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