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올 초 정권 위한 검찰청법 개정 시도 ‘폭주하는 與-무능한 野’ 상징하는 사건 한국서도 같은 풍경… 권력의 속성인가 야당이 유능해야 여당도 폭주 멈출 것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일본에서도 검찰과 관련하여 거대 여당의 폭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있었다. 올 1월 31일, 아베 신조 정권은 당시 도쿄고검 검사장이던 구로카와 히로무의 정년을 6개월 연장했다. 정년퇴임을 단 일주일 앞두고 내려진 이례적 조치에는 곡절이 있었다. 당시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에 해당)이 6개월 뒤 퇴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권에 협조적인 인물을 검사총장에 임명하기 위한 무리한 정년 연장으로 위법한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아베 정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승인하면 최장 3년까지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하려 들었다. 검찰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조치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중대한 해가 될 수 있다며 여론이 들끓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운동이 일었다. 유명 연예인까지 이 운동에 가담했고, 오늘은 누가 어떤 메시지를 발신했는지가 연일 보도되는, 일본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 일어났다. 이 일련의 소동은 구로카와 검사장이 기자 몇 명과 내기 마작을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끝이 났다. 도박까지는 아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긴급사태가 선언된 상황에서 지인의 집에 모여 돈을 걸고 마작을 한 것이 불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고, 결국 구로카와가 사임했기 때문이다.
일본 여당이 이렇게까지 폭주할 수 있는 것은 야당을 압도하는 국회 의석, 그리고 민심을 얻지 못하는 야당의 무능에 그 원인이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주었다. 2012년 중의원 선거와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서 연달아 대패했을 뿐만 아니라 당이 갈라지고 쪼개졌다. 지난 수년간 아베 정권에서 각종 부패 스캔들이 터졌지만 민심은 야당으로 옮겨가지 않았다. 2019년 상반기까지 경제가 호황이었던 덕도 컸지만 야당이 제기할 만한 이슈를 여당이 선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베 정권은 기업에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했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반면 사분오열된 야당은 아베노믹스를 넘어서는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민에게 다시 국정을 맡아도 될 만한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여전히 허약하고, 그래서 여당을 견제하지 못한다. 야당이 유능해야 여당이 긴장한다. 그래야 비로소 여당도 폭주를 멈추고 국민을 설득하려 노력할 것이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