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파리협정에서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하,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낮추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스스로의 약속(NDC)을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는 계획을 유엔에 제출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이를 더욱 강화해 2050년까지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Net Zero)’을 선언했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여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낮추는 것은 보통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유럽은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6t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4t으로 2배 이상으로 많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1인당 배출량이 2t 이하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화석연료 사용량을 지금보다 7분의 1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이는 일주일에 하루만 생활하고 나머지 6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얘기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력을 총동원할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위기대응의 전권을 가진 ‘차르(Czar)’가 소환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던 존 케리를 기후특사로 지명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기후 차르’가 탄생했다고 한다. 케리는 트위터에서 “미국은 곧 기후위기를 시급한 국가안보 위협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정부를 갖게 될 것”이라며 자신이 기후 차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속으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립할 것이라고 한다. 탈원전 정책을 비롯한 기존 정책들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차르’의 권력이 주어지지 않고서는 탄소중립 선언은 구두선에 그칠 수 있다.
5년 전 오늘, 파리협정이 체결된 회의장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지금은 이루어진 일도,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다”라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명언을 참석자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탄소중립을 가능토록 해야 하는 신기후 체제가 새해부터 시작된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