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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의회 인권기구 위원장, ‘대북전단금지법’에 “민주주의·인권 훼손” 강력 비판

입력 | 2020-12-12 08:13:00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


미국 의회 내 초당적 국제인권기구인'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11일(현지 시간) 한국 여당의 대북전단금지법 처리 강행방침에 대해 “민주주의 원칙과 인권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최종 통과될 경우 이와 관련해 미 의회 내 청문회를 추진하고,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한국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도록 요청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스미스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표면적으로는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공산주의 독재자 치하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정신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민주주의를 증진하려는 시도를 범죄화하려는 입법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북한에 손 내밀려는 인도주의 단체들(NGO)들을 처벌하려 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렇게 지적하면서 “이는 명백히 한국의 헌법 위반이자 ‘국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준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를 가지며 형식과 방법을 불문하고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ICCPR 19조 내용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동지들은 왜 근본적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의무를 무시하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어리석은(inane) 입법은 공산주의 북한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민주주의 원칙과 인권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인식하기를 바란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인권소위원장을 지낸 스미스 위원장은 2014년부터 인권 관련한 청문회에 참여하며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의회 인사다. 그런 그가 이날 내놓은 성명은 지금까지 미국 의회나 의원이 한국 정부를 향해 내놨던 인권 관련 성명들과 비교해 어느 때보다 표현이 거칠고 수위가 높다. 그만큼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북한인권 뿐만 아니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국 정부가 보수단체 등의 집회를 금지 혹은 제한했던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하에서 한국이 보이는 궤적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정부가 국가 및 주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방역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종교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데 이용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나는 국무부가 발표하는 연례 인권보고서는 물론 ‘종교의 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적 가치 수호에 대해 재고하도록 요청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아마도 한국을 감시 대상자 명단(watch list)에 올리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이와 함께 미 의회에서의 대응으로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정부가 시민적, 민주적 권리를 지키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해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 어떤 정부도, 심지어 오랜 동맹국이라도 검증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법안이 일탈(aberration)이기를 바란다”며 “더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이 법안이 잘못 입안됐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해 무서운 함의를 갖는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성명은 스미스 위원장은 전날 워싱턴을 방문한 국민의힘 소속 지성호 의원과 면담을 갖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발표됐다. 두 의원이 만난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기도 했다.

지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의회 및 행정부 인사들이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와 함께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처리 방침에 대해서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전단이나 성경책 같은 것을 들여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그런 시도를 형사적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한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에 미국 측 인사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스미스 위원장과의 면담에 앞서 국무부에서 샘 브라운백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 및 모르스 단 국제형사사법대사를 만나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